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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r 29. 2024

삶에 의미같은 건 없어도 돼. 조금씩 어긋나도 괜찮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2/4)

https://blog.naver.com/pyowa/223399111375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에 관한 책을 읽으니 상상하며 읽는다. 글을 쓰며 포스터와 영화속 장면을 찾아본다. 이야기가 순간이 되어 나타난다. 저 장면은 어떤 상황일까.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보여줄까. 소리는 어떻게 깔려 있을까. 궁금해진다. 


삶에 의미가 있을까. 있으면 뿌듯하고, 없으면 서운할까. 잘 모르겠다. 있던 없던 나는 아무렇지 않지만, 삶의 의미를 쫓다 허망하게 시간을 소모하진 않겠다.


살아보니, 삶은 언제나 상상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고보면 그땐 상상할 수 없는 상황속에 내가 놓여 있었고, 나는 거기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어긋난 상황이 이따금 찾아왔고, 당황하고 실망하면서도 다 살아졌다. 그 속에서도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 있었다. 벚꽃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단풍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보며 '살아있다는 것 참 좋은 것이구나' 생각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간지럼 태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내가 8살이었으니 어머니는 32살이었다. 32살의 어머니는 이불속에서 3남매에게 간지럼을 태웠다. 8살, 6살, 4살의 3남매는 간지럼에 숨이 넘어가면서도 기어코 이불속으로 들어가 다시 한 번 간지럼을 받고 이불밖으로 굴러 나왔다. 40년도 전의 일이지만, 옆구리와 배꼽의 간지럼이 생생하다. 삶의 어떤 의미보다도 훨씬 소중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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