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순간 알아챘을 것이다. '아! 봄이구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3/3)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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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돌아보니 짧을 뿐이고, 찾아보지 않으니 남의 일만 보인다.


평범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란 어렵다. 평범과 일상은 묘사하기마저 힘들다. 가만히 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봄이 오고, 가는 순간을 그리고 바람을 한참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만나고 떠나는 순간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살다보면 삶은 한가하지 않다. 잘 모르겠거니와 생각해볼 여유도 없다. 아름다움을 찾는다한들 그게 당장 필요하지도 않다.


문학과 예술은 평범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당신의 삶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당신의 슬픔과 고통도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보여준다.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맞아 내 삶에도 여러 순간이 있어지'


문학을 읽고, 예술을 보며 작가의 시선, 인물의 시선, 나의 시선을 생각한다. 작가의 이야기, 인물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인물은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그 순간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품 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림속 그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우리네 인생과 같겠지. 젊었던 그들은 늙어 버렸고. 사랑을 갈구한 연인들은 무덤덤한 관계가 되었고, 영광의 성취는 허망해버렸을 수도 있겠다. 인생은 잠깐이구나 생각하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아들의 아들이 어디선가 튀어 나와 평행한 다른 세상에서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거장들도 주저하며 작품을 만든다. 주저함이 없는, 확신이 가득한 일을 도전이라 부르지 않는다. 주저하면서 아름다움에 도전한다. 자신의 감각과 이야기에 도전한다. 우리들에게 당신의 삶에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고 일깨워준다.


나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봄날 길을 멈춘 선비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출근길에 벚꽃을 보며 느꼈을 나의 마음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꾀꼬리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선비는 말을 세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노란 꾀꼬리나 날아가지도 않고 곁에서 '꾀꼴, 꾀꼬르'한다. 바람이 살랑여 버들가지를 흔든다. 선비는 순간 알아챘을 것이다. '아! 봄이구나'




김홍도필_마상청앵도.jpg 마상청앵도(보물 1970호)(117X52.2cm),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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