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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pr 09. 2024

선비는 순간 알아챘을 것이다. '아! 봄이구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3/3)

https://blog.naver.com/pyowa/223410182557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아름답다. 돌아보니 짧을 뿐이고, 찾아보지 않으니 남의 일인 것이다. 


평범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평범과 일상은 묘사하기마저 힘들다. 숨쉬기를 가만히 느껴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봄이 오고, 그리고 가는 순간을 바람을 맞으며 한참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만나고 헤어지는 기쁨과 슬픔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럴만큼 한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바쁘다. 삶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잘 모르겠거니와 생각해볼 여유도 없다. 아름다움을 찾는다한들 그걸 당장 필요한 곳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작품을 본다. 


예술가는 평범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당신의 삶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당신의 슬픔과 고통도 아름다운 장면이라며 보여준다. 우리의 뇌를 간질여 생각하게 한다. '맞아 내 삶에도 여러 순간이 있어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작품을 보며 화가의 시선, 인물의 시선, 나의 시선을 생각한다. 화가, 인물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있다. 그림속 이야기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호기심이 생긴다. 그림속 인물은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그 순간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작가 브링리는 보안요원으로 순찰할 때면 그림속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림속 그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우리네 인생과 같겠지. 젊었던 그들은 늙어 버렸고. 사랑을 갈구한 연인들은 무덤덤한 관계가 되었고, 영광의 성취는 망해버렸을 수도 있겠다. 인생은 잠깐이구나 생각하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아들의 아들이 어디선가 튀어 나와 평행한 다른 세상에서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거장들도 주저하며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이다. 주저함이 없는, 확신이 가득한 일을 도전이라 부르지 않는다. 주저하면서 아름다움에 도전한다. 자신의 감각과 이야기에 도전한다. 우리들에게 당신의 삶에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고 일깨워준다.


나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봄날 길을 멈춘 선비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출근길에 벚꽃을 보며 느꼈을 나의 마음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꾀꼬리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선비는 말을 세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노란 꾀꼬리나 날아가지도 않고 곁에서 '꾀꼴, 꾀꼬르'한다. 바람이 살랑여 버들가지를 흔든다. 선비는 순간 알아챘을 것이다. '아! 봄이구나'


마상청앵도(보물 1970호)(117X52.2cm),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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