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무라카미 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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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란 결국,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미지는 결코 자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지 그 자체는 다른 이미지를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미지는 늘 불충분합니다. 이미지는 늘 뭔가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미디어, 소리와 언어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무라카미 류)
이미지는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연결될 뿐이다. 이미지에 담긴 이야기가 다른 이미지를 불러오고 불려온 이미지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다. 독자는 이미지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작가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지 사이사이에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와 이야기', 누가 주인공인가. 이미지다. 삶이 이야기로 기억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미지만이 실체이고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여 있다.
이미지는 시각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소리, 느낌을 포함하는 순간의 상황이다. 두 이미지가 있고, 이야기는 다음 이미지를 향해 간다. 우리는 이미지와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이야기가 흐르다보면 명확하게만 보였던 다음 이미지는 조금씩조금씩 바뀌기 마련이다. 때론 전혀 다른 이미지로,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바뀐다. 마침내 삶의 이미지가 모여 커다란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삶에서 어떤 이미지가 기억되고, 기억된 이미지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될까. 그것은 나의 삶이어서 나의 몫이며, 나의 능력이다. 삶을 떠나는 어느 날 나에겐 몇 장의 이미지가 남을까. 거기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라카미 류는 속도감있게 이미지를 나열하고 이야기끌어간다. 순간을 낚아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필력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