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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pr 18. 2024

오래 전 시험지가 지금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인생투자, 우석)(2/3)

https://blog.naver.com/pyowa/223416904387



나는 가끔 시험 한번 합격한 것으로 참 오래 우려먹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대학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이나, 대학에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고3때 성적을 언제까지 끌고갈건지 안타깝다.


대학교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내가 쟤보다 공부 잘했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건 그때 잘했던 것이고, 겨우 시험풀기를 잘 한 것 아닌가. 시험은 이해력, 분석력을 측정하는데 그것도 시험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부분만 측정한다. 사회에서는 리더십, 창의력, 소통과 공감, 사교, 도전정신, 동기부여, 스트레스 극복에 따라 성취가 결정된다. 여기에 더해 운도 작용한다. 


이해력과 분석력이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 능력이 있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능력은 쌓아야 하고,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역으로 이해력과 분석력이 적은 사람은 이해력과 분석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하거나 이해력과 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타인을 활용하면 된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몇 십년 전의 시험지가 지금 무슨 의미란 말인가. 오직 의미 있는 것은 '지금 뭘 잘하는가'이다. 자산도 마찬가지다. 옛날에 성공했던 투자를 아무리 얘기한들 지금의 자산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산 관리능력 부족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다.


지식인일수록 제도의 탓을 한다. 나도 제도의 탓만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제도 탓을 한다고 나의 현상이 합리화되는 것도 아니고, 제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의미있는 것은 현실의 사람들과 대비해 경쟁력을 결과로 보여주었느냐에 있다. 내 보일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제도의 탓을 하다가 갑자기 정신승리로 자아도취하기도 한다. 가난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제도와 체제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 이것만이 정의이고 진리라 말한다. 스스로의 발전동력마저 없애버린다. 니체는 이를 '가치의 전복'이고 '노예의 도덕'이라고 말했다. 지식인은 '노예의 도덕'을 다수에게 퍼트려 '다수의 도덕'으로 만들고 그들의 수장이 되려 한다. 갑자기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생각난다. 다수를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고, 그들의 자유를 훔쳐와 다수를 지배하는 자유로운 소수가 된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동물농장, 조지 오웰)


젊은 시절 시험제도가 자꾸만 바뀌어서 투덜거리자, 어떤 선배가 말했다. "시험은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야. 시험은 제도 적응능력을 평가하는거야." 시험이건, 직장이건, 자영업이건, 투자건 모두 똑똑한 순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두 현실과 제도에 누가 잘 적응했느냐로 서열이 정해진다. 그것이 진짜 실력이니까. 나이가 들어보니, 그걸 불평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한심해 보인다. 


투자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투자에 있어서 남을 따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실에서 실력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시행착오와 독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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