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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n 15. 2024

긴박한 아름다움이라니 처음보는 필력이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7/7)

https://blog.naver.com/pyowa/223480048313



소설의 끝에 다다랐지만, 금각사의 모습을 차분히 보여주는 부분이 없었다. 금각사는 어른거릴 뿐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미시마 유키오의 필력과 미적 감수성이라면 언제든, 얼마든 뽐낼 수 있었을 것인데, 소설 내내 금각은 힐끗 보일 뿐이었다.



금각을 불태우려 한 날 비가 왔다. 사미승은 불타는 금각에서 죽기로 결심했다. 수면제와 단도를 주머니에 넣었다. 주저하던 사미승은 금각으로 달렸다. 금각 안에 준비해둔 짚에 불을 붙였다. 윗층으로 뛰는 사미승 뒤에 연기가 쫓아왔다. 사미승은 위층으로 위층으로 뛰었으나 마지막 층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에 피가날 때까지 두드리고 밀어보았으나 열리지 않았다. 사미승은 뒤로 돌아 아래로 뛰었다. 연기를 뚫고 금각을 나와 뒷산까지 뛰어 올랐다.



미시마 유키오는  짧고 긴박한 서사를 끌어가면서 금각의 연못, 금각의 균형, 연못으로 튀어나온 수청, 금각의 금박, 삼존불, 층마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긴박한 아름다움이라니 처음보는 필력이다.



미는 스스로 완벽하지 못해 다른 미를 불러온다. 미는 또다른 미를 불러 미는 끝없이 생성되고 순환한다. 금각은 그렇지 못했다. 금각은 스스로 완벽했다. 아무것도 생성하지 못했고,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각은 절대미였지만, 진정한 미는 아니었다. 금각은 아름다움을 모독하고 있었다. 반드시 불태워져야 했다.



읽으며, 쓰시마 유코가 했다는 'i miss you'의 해석이 떠올랐다. 아름다움이란 뭔가 부족한 상태다. 부족한 것만이 완벽을 향해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흔들거리며 나아간다. 완벽의 도달은 변화의 종료다. 변화의 종료는 죽었다는 말이다.



사미승은 금각을 불태운다. 완벽을 불태웠다. 금각과 함께 불타 죽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은 연기가 덮치는 순간 바뀌었다. 불길을 뚫고 금각에서 뛰쳐나왔다. 인간의 예측과 다짐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사미승은 산 위에 올라 담배를 피우며 '살아야지' 생각했다. 인간은 언제고 미완성이다. 그러니 변할 수 있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는 우리들을 과거 쪽으로만 잡아당기는 것은 아니다. 과거 기억의 여기저기에는,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강철로 된 용수철이 있어서, 그것에 현재의 우리들이 손을 대면 용수철은 곧바로 뻗어나 우리들을 미래 쪽으로 퉁겨버리는 것이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쓰시마 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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