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https://blog.naver.com/pyowa/223477838381
노인에게는 오래된 흉터뿐이었다. 흉터마다 이야기가 있었지만, 먼 옛날의 이야기였고 그 마저도 가물가물했다. 세월이 흐르자 노인은 더이상 흉터가 생길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무난한 바다에서 부담없는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갔다. 노인은 차츰 외로웠다. 피할 수 없는 노인의 삶이라 생각했다. 외로울 때면 되뇌었다. '이쯤이면 괜찮아'
먼 바다에서 커다란 청새치를 만나자 노인의 손에 피가 났다.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는 다시 엉겨 붙었다. 노인에게는 새로운 흉터가 될 상처가 생겼다. 매달고 돌아오던 청새치는 상어들에게 뜯겨 모두 사라졌다.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생생한 상처는 쓰라렸다. 무용담의 흉터가 아니라, 살아있는 증거가 되는 상처를 가지게 되었다. 상처는 도전의 증거다. 노인은 가슴벅찬 순간을 떠올리며 생각했을지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이쯤일 때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