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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신이 들어보면 죽어 있을 것이다.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717065284



죽으면 땅에서 밤하늘로 간다. 강은 밤하늘 은하로 이어지고, 은하철도는 별마다 들러 승객을 싣는다. 영원한 이별에 안타깝지만 시간이 되면 열차는 떠난다. 차창에 앉은 승객은 다음 별에서 쓸쓸히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을 본다. 애타는 그들을 보며,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이 편안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마다 다른 삶이지만, 별 마다 다른 세계이지만, 죽음의 두려움과 죽어버린 자의 여유는 같다. 작은 아쉬움은 있다. 가까운 사람과 조금 더 이야기할 것을, 손이라도 잡아볼 것을.



은하철도는 별에 들렀다 시간이 되면 다음 별로 출발한다. 이야기가 깊어지다가도 출발하면 이야기는 끝난다. 기차속 주인공은 창밖을 내다보며 가만히 생각한다. 죽기전 자신과, 저승행 기차를 타야했던 자신이 떠오른다. 별마다 새로운 이야기 때문에 별마다 떠오르는 자신이 바뀌어 간다. 기차는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다시 출발한다. 삶처럼 어떤 것도 마무리짓지 못한다. 주인공은 은하를 달리면서 무언가 생각한다. 무언가는 다른 무언가로 쉼없이 바뀐다. 신의 길을 안내하는 까만 옷을 입은 수녀가 저승길을 함께한다.


'은하철도999'의 원작동화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는 저승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영원한 이승을 갈구하는 이야기다. 철희는 죽어버린 엄마의 몫까지 영원히 살고 싶었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떠나 수많은 역경을 딛고 도착한 '영원한 생명의 별'에는 '영원'만이 있었다. '영원의 별'에서는 영원하기 때문에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았다. '영원한 생명은 영원한 죽음'이었다. 철희는 영원한 죽음의 별인 '영원한 생명의 별'을 폭파시킨다.


각자의 자리에서 살다가 어느 날 정신이 들어보면 죽어 있을 것이다. 저승의 안내자를 따라 은하철도에 올라 죽음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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