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은 감내할 수 없는 협상결렬의 접점에서 결정된다.

by 고길동

얼마전 어떤 교통사고에 대해 들었다. 정확히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교통사고 처리에 대한 이야기다.


교차로에서 서행하던 중 앞차와 추돌했다. 신호위반이긴 했지만 출근길 복잡한 도로였다. 피해차량은 뒷범퍼가 조금 찌그러진 정도였다. 피해자는 터무니 없는 합의금을 요구해 가해자는 황당했다. 여차저차 합의는 결렬됐다. 공무원이었던 가해자는 형사절차가 개시되자 합의할수밖에 없었다. 합의하였어도 형사처벌과 징계벌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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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합의금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구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직관적으로 상대방의 손해를 계산한다. 그보다 많은 돈을 요구하면 도둑놈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은 어느지점에서 타결되는가. 위험을 감내할 수 없는 지점에서 타결된다. 타인의 손해를 계산하려하지 말고, 협상결렬시 내가 입은 손해를 계산해보라. 내가 입을 손해보다 만 원만 낮아도 그 합의는 의미가 있다.


합의가 결렬 시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피해자가 금방 알아챈다. 그 순간 합의금 액수가 수직상승한다. 그렇더라도 합의를 결렬시켜선 안 된다. 형사절차가 개시되면 결국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가해자가 공무원이라면 징계처분, 형사처분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부수효과(정근수당, 성과상여금, 호봉승급, 징계부가금, 감봉액 등)만으로도 수천만원에서 연금박탈까지 이를 것이다. 승진과 보직에도 알게모르게 불이익이 따라올 것이다.


합의를 하면 형사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 설령 개시되어도 피해자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얘기할 것이고, 가해자는 깊이 반성하는 태도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당연히 처벌도 극히 경하게 나올 것이다.


입증의 문제도 가해자에게 월등히 유리해진다. 형사절차에서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에 묶일 수 있는 것만이 증거이고, 증거에 기반한 것만이 사실이다. 상해의 부위와 정도, 미필적 고의, 도주의 의사, 모욕과 명예훼손. 모두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다. 피해자가 진단서를 발부받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도 협상결렬의 위험이 있다. 형사합의가 결렬되면 가해자는 공탁할 것이다.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형사공탁금은 민사소송 손해배상금에서 차감될 것이다. 민사사송은 실손배상의 원칙상 손해이상은 배상받을 수 없다.


그런데 피해자의 위험은 감내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의 위험은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합의할 땐 상대방 불이익이 아닌, 결렬 시 나의 불이익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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