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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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책방'은 팟캐스트 전성기를 열었다. 조그만 방구석 팟캐스트시대를 뒤로하고 달려나갔다. 여러명의 출연진, 다양한 기획코너, 전문 스튜디오, 방청객까지 정규 방송국 못지 않은 구성이었다. 김중혁 작가는 거기서 알게 되었다.
김중혁 작가는 커다란 키에 어색한 유머를 이야기하고 혼자 웃는다. 그림도 잘 그리고, 이것저것 관심도 많다. 잘하지 못하는 것, 했는데 잘 안되는 것, 모르는 것, 틀린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잖아'라는 그의 뻔뻔함이 매력적이다. 책의 제목마저도 '뭐라도 되겠지'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무엇가를 느끼고 메모한다. 메모를 보고 글을 쓴다. 쓴 글을 다시 고친다. 그러니 책에서 출발한 글은 책과 별 상관없는 글이 된다. 괜찮다. 책에서 출발했으니 책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2024년 5월 어느 날, 네이버 카페글과 이웃들의 블로그를 읽고 있었다. 읽다가 문득, '내 글도 읽지 않는데 왜 남의 글을 읽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을 읽고, 지금의 생각에 맞춰 다시 써보기로 했다. 9개월째 매일 옛글을 다시 쓰고 있다. 옛글에서 출발했지만, 옛글과는 별상관없는 글이 대부분이다.
먼 바다로 나가 부표를 건져보는 어부처럼 옛글을 꺼내어 보았다. 20년 전 나는 거기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2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가늠하지도 못했다. 30대 초반이 50대가 상상되지는 않는 법이다. 다시 20년이 지날 것이다. 50대의 나도 70대의 내가 상상되지 않는다. 걱정말라. 뭐라도 되어 있을 것이다. 70대가 되어 다시 50대의 부표로 돌아가 지금의 이 글을 꺼내어 볼 것이다.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기로 선택하고, 결국 돈을 많이 벌게 된 사람이 어떤 걸 포기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