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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정 섞인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색,계)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790635660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색,계>가 출간되었다. 양조위와 탕웨이의 대비 가득한 영상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음악은 화양연화 주제곡(두 사람의 꿈, Yumeji's夢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양조위와 장만옥의 영상도 대비 가득한 느린 편집이었다. '양조위가 장르다'라는 말이 실감됐다.


조국을 배신한 오십 대의 땅딸막한 권력자가 있다. 아마 머릿숱도 없을 것이다. 대학생인 지아즈는 미인계의 미끼로 그에게 다가간다. 미끼임을 잊지 않았지만, 조금씩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자신을 믿기 어려워 갈팡질팡한다. 지아즈는 거사의 순간 매국노인 권력자에 피하라고 말한다. 권력자는 달아났고, 동료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저녁 10시에 총살되었다.


사랑은 함께 빠지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랑은 숨길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랑을 눈치챌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사랑도 운명도 무대에서의 삶이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 누구나 설레고 두렵다. 무대가 시작되면 설레임과 두려움 따윈 상관없이 연극은 흘러간다. 왜 무대가 시작되었는지, 무대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대본을 읽어본 적 없는 배우처럼 연기하며 살아간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녀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걸었던 지아즈는 자신을 배신할 순 없었다. 마지막 순간 조직을 배신했고, 조국의 배신자는 살아남았다. 무대가 끝나자 지아즈는 집으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선생은 팔짱을 끼고 한쪽 팔꿈치를 지아즈의 가장 풍만한 가슴 아래쪽에 댔다. 그가 늘 쓰는 방법이었다. 겉으로는 단정하게 앉은 듯 보여도 사실은 슬쩍슬쩍 성감대를 자극하며 쾌감을 즐겼다.

색,계(장아이링)



설마 내가 이 선생을 사랑하게 된 걸까? 지아즈는 아니라고 믿었지만 그렇다고 딱 잘라 부인할 수도 없었다. 사랑해 본 적이 없어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다. 지금, 긴장감이 영원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순간에도 지아즈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따져 볼 수가 없었다. 지아즈는 이 선생의 표정에서 부드럽고 애틋함을 느꼈다. 이 사람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구나. 갑자기 밀려드는 생각에 지아즈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으며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했다.


이 선생은 중년이 되어서도 이렇게 아슬아슬한 만남을 즐길 수 있을 줄 몰랐다. 물론 권력의 매력 덕분이었다. 이번 미인계는 이 년 전 홍콩에서 시작되어 주도면밀하게 짜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인이 마음을 바꾸어 그를 놓아주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평생 처음으로 만난 지기였다. 중년에 이런 만남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색,계(장아이링)



"내실 때가 되었지요." 정부情婦가 생겼으니 한턱내라는 의미임을 이 선생이 알아챘을 거라고 마 부인은 생각했다. 색정 섞인 희색을 감추지 못하니 아무래도 처음 밀회를 즐긴 눈치였다.

색,계(장아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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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영화보다 소설이 낫다. 단편소설이어선지 내용도 구성도 소설보다 풍부하지 않다. 문장도, 묘사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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