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가곡 '편락'(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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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가곡 '편락'(나무도)
나무도 바희돌도 없는 메에, 매게 휘 좃긴 가톨의 안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운데 일천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닷도 끊고 용총(龍驄)도 걷고 치(鷙)도 빠지고 바람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섯겨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고 사면이 검어 어득저뭇 천지적막(天地寂寞) 가치놀 떳는듸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의 안과,
엊그제, 임 여흰 나의 안이사 엇다 가을허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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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바위도 돌도 없는 민둥산에 매에게 쫓기는 꿩은 속절없다.
큰 바다 한 가운데 쌀 천 가마니를 실은 배가 돛도, 노도, 닷도, 키도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데, 안개는 끝도 없고 날까지 어두워지는데 해적까지 만난 사공도 속절없다.
엊그제, 임을 잃은 나만큼 속절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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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사설시조'라고 배운 시조 중에 '남창가곡 편락(나무도)'가 있다. 학력고사 시절 분이면 생각날 것이다. 사설시조는 수백년을 거쳐 사람들의 입을 통해 더해지고 빠지며 전해졌다. 수백년의 인간 감정이 짧은 시에 담겨 있다.
연인과 헤어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포기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데, 단념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속절없다. 마음을 끊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에 안 되니 허망히 슬퍼할 수밖에 없다.
이별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목숨을 잃을 꿩이나 전재산을 잃을 선주의 허망함은 댈 것이 아니다. 이별은 속절없는 것이어서 고민도, 사색도, 위로마저도 허망하다. '속절없음'은 고민과 사색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대학때 성균관 대성전에서 홍주의를 입고 대금을 불었다. 수연장, 천년만세, 경풍년, 일승월항 제목만으로도 설렌다. 세상 걱정 없던, 모든 것에 설레인던 시절이다. 설레임과 이별이 반복되던 시절이었다. 영상으로 성균관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