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하는 밤, 김소연)
https://blog.naver.com/pyowa/223854945141
작년에 읽던 시집인데 1/3정도 읽고 짧은 독서노트를 썼다. 읽히지도 못하고 가방 속에서 시달려 낡은 시집이 되어버렸다. 일년이 지난 일요일 아침 마침내 시집을 다 읽었다. 오늘은 시집 마지막에 붙어 있는 '해설'을 읽었다. 시인 김언의 해설은 길고 깊었다. 대충 읽을 글이 아니어서 독서대를 펴고 메모하며 읽었다.
그럴듯하기만 하고 그럴 리가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럴듯한데 알 수 없는 일들도 못지 않게 많다.
목표라고 불리건, 끝이라고 불리건 무언가를 향해 살아간다. 도착해보면 언제나 흐지부지였다. 끝나는 둥 마는 둥 하다 무언가 시작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 사랑도, 슬픔도, 젊음도 그랬다. 늙음도, 은퇴도 그럴 것이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당황스럽지도 않았고 속았다는 느낌마저도 없었다. 다들 이렇게 살겠지라고 안위했을 뿐이다.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에 죽어가는 여인이 나온다. '엄마! 엄마!' 부르는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죽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알게 된다. 그리고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병실에 누워 있을 나를 상상해봤다. 죽음의 순간을 내려만 보다, 이제 침대에 누워 올려다 볼 차례가 된 것이다. 누워 서 있는 여러 사람을 본다는 것은 어색하면서도 행복할 것 같다.
여러가지 끝을 상상해 보았다. 제대로 짐작되지 않았지만,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해단식' 중, 김소연 '촉진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