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하는 밤,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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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선을 떠올리게 한다. 기다래진 선이 어디선가, 어느 순간 멈추며 '점'이 된다. 끝이다. 삶에서 많은 일어났다 끝이 난다. 부채꼴처럼 넓던 것들이 점점히 좁아지다 마침내 점이 되어 사라진다. 무언가는 끝이 되어 사라진다.
나는 몸으로 살아간다. 몸으로 생각하고, 몸뚱이만큼만 세상을 점거한다. 시작도 끝도 몸이 경험한다. 내 몸을 떠난 시작과 끝은 알 수 없고, 나에겐 무의미하다. 시작점과 끝점이 내 몸에 찍힌다. 검정에 다시 검정이 찍힌다. 두꺼운 검정이 되어간다. 점이지만 면적이 되어간다. 검정의 지대가 되어간다.
검정의 지대엔 감당했던 마음이, 어쩌지 못했던 내가, 지나버린 시간이 점이 여러 색깔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끝은 반복되어 검정으로 쌓여간다.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 무심히 끝나버리는 것들, 끝내고 싶지만 끝나지 않는 것들,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되는 것들이 검정의 지대에 떨어진다.
진정한 끝의 순간 물방울이 떨어질 것이다. 검정의 지대는 마침내 젖어들어 번져나갈 것이다. 색색으로 번져나가 마침내 삶의 소실점에 도착할 것이다.
(촉진하는 밤 '해설', 시인 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