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힘겹지만 나름의 꽃을 피우며 산다.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858237027



18년 전 나는 이라크에 있었다. 4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삭막했던 들판이 꽃밭이 되었다. 모든 풀에 꽃이 달렸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동시에 꽃이 피었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화려했다.


가만히 생각했다. 이라크는 건기와 우기가 있다. 건기에 모든 풀은 말라 죽는다. 우기에 싹을 틔우고 자라 꽃을 피워 씨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니 모든 풀의 꽃피는 때는 같다. 벌나비는 적고 꽃은 지천이니 꽃의 경쟁은 치열했다. 다시 꽃을 보니 조금은 안쓰러웠다.

다른 나라를 가면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것이 있다. 어디든 사람이 산다. 다들 최선을 다해 산다. 힘겹지만 나름의 꽃을 피우며 산다. 이라크 땅에 환하게 웃는 내 얼굴이 반갑다.


SE-bd4390d7-8c46-4c3b-9294-dd990cc23e83.jpg


dscf0030_1-pyowa.jpg


dsc09826_1-pyowa.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을 여행처럼, 언제나 영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