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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현장감이 떨어지면, 관료는 현장을 가감하여 보고한다.]
(박시백 '성종실록'을 읽고)
현장에서 멀어진 만큼 현장감은 떨어진다.
현장감은 생애를 거쳐 쌓아왔다면 최선이겠지만, 스스로 자리를 선택할 수 없으니 주어진 현장은 언제나 낯설기 마련이다.
그렇기때문에 군주와 관료는 현장감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들어 가야 한다. 사실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판단의 정보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남의 판단에 품평만을 반복하면 판단의 감각마저 쪼그라들 것이다.
군주가 현장감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관료는 현장을 가감하여 보고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수준에서 후에 둘러댈 수 있는 정도로 현장을 가감한다. 나중에 문제되면 군주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취지는 그게 아니었다고 둘러댄다. 현장의 가감이 몇 단계를 넘어서면 군주의 현장감각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관료가 게을러 그러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현장감 있는 보고는 어렵다. 당연한 것을 의심해야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봐야한다.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판단의 원점이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품이 많이 가는 일이다. 더하여 현장 점검의 결과가 관료에게 불리한 경우 승진과 보직이 위태롭게 된다.
조물거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2차 정보는 금새 3차, 4차 정보가 되고 그 정보는 사실을 전달하지도, 판단을 전달하지도 못하는 말뿐인 정보가 된다.
군주가 말뿐인 정보로 둘러 쌓이게 되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말뿐인 정보는 공격할 대상이 없으므로 군주는 싸울 상대마저 찾을 수 없다.
군주는 관료에게 언제든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태세를 보여야 한다. 군주는 번거롭고 시간이 없더라도 틈틈이 현장에 가보아야 한다.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관료에게 군주는 때때로 어디든 직접 확인하는 사람임을 보여야 한다. 가감한 보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체감시켜야 한다. 그제서야 관료는 스스로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감 있는 보고를 하게 된다.
성종은 말뿐인 정보로 둘러쌓여 관료에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극빈의 생활부터, 변호사,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지역구의원으로 현장감이 쌓여 있다. 중앙부처 관료보다 지방행정에 더 현장감이 있을 것이다. 관료는 이제 대통령에게 현장을 가감하여 보고하긴 어려울 것이다. 관료의 조물거려진 정보가 보고되면, 대통령은 '그게 맞느냐?'하고 단호히 반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