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나의 독서모임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정은문고)

by 고길동

https://m.blog.naver.com/pyowa/223919561891



내가 꾸려가는 독서회가 있다. 벌써 7개월째다. 다른 카페에서 독서모임 반장처럼 해 본 적은 있지만, 독서회 자체를 꾸려가는 건 처음이다. 다른 독서모임에 참여한 경험도 없다. 그러니 독서회를 잘 꾸려가는 것인지 비교대상이 없다. 처음이다보니 세상엔 내가 모르는 좋은 방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번에 정은문고에서 '독서모임'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서평단 모집공고에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면 좋다는 문구를 보고 냉큼 신청했다. 블로그 20년차지만 프로모션 같은 거 해 본적이 없다. 서평단 신청도 처음이다.



저자는 일본작가다. 30년 독서회를 꾸려왔다. 회원들과 30년 동안 고전을 읽어가며 세월을 함께 보냈다. 책은 크게 두 방향이다. 하나는 30년 동안 독서회에서 일어났던 일, 느꼈던 일, 좋았던 일을 썼다. 나머지 하나는 30년 동안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의 독서회는 독서회마다 회원 한 분이 모임을 스케치하듯 기록했다. 독서회 스케치도 30년 분이 쌓였다. 이 중에서 괜찮은 스케치를 모아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묶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우리 독서회 이름이 없었다. 몇번 생각은 했었는데 굳이 필요없어 안 만들었다. 아무래도 이름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바로 만들었다. '길동 독서회'. 별 생각이 없어보이지만, 간명해서 마음에 든다.



길동 독서회는 매월 1회 토요일 09:00~12:00까지 3시간 만난다. 블로그로만 신청받는다. 회원들의 네이버 아이디와 블로그 주소만 알뿐 아무것도 모른다. 나이, 직장, 전화번호를 알지 못한다. 만나기 전까진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알려고하지도 않고, 몰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같은 책을 읽고 왔다는 동지의식이 있고, 토요일 아침 독서회에 앉아 있다는 뿌듯함이 있고, 나의 생각을 말과 글로 말한다는 풍요로움이 있다. 처음 본 사람들과 3시간동안 삶과 인생, 아픔과 기쁨, 나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10년간 같은 직장에 있어도 절대 나누지 못할 이야기다. 말하는 표정과 공감해주는 눈빛이 바로 옆자리에서, 테이블 맞은 편에서 오간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말이 새로운 말을 낳는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이야기 중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이 좋다. 누가 지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연주회처럼 꽉찬 3시간이 만들어진다.



7월이니 그동안 읽은 책은 7권이다.

-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석영중)

-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 벚꽃동산(안톤체홉)

- 인생의 역사(신형철)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고레이다 히로카즈)

- 시와 산책(한정원)

-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독서회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좋은 회원을 모시는 것이다. 좋은 회원을 모시려면 그분들이 올만한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새로운 회원분이 오시면 모임이 신선해진다. 까메오라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현재까지는 중년의 남자 회원분을 모시지 못했다. 중년 남자들이 독서회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내가 50대 남자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2025년 독서회를 이어가면 하나씩 경험이 쌓일 것이다. 저자처럼 30년은 어렵겠지만 10년은 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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