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문장이 놀라웠다.

이재명, 취임 30일 기자회견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922252634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아 언론과 기자회견을 했다. 이재명은 만나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통령을 만날 일은 없을테니 2시간 기자회견이라도 차분히 들어보자 생각했다. 메모해가며, 표정과 몸짓을 보아가며, 되감아 다시 들으며 꼼꼼히 들었다.


놀랍다.


자신의 단어와 문장으로 말한다. 누가 써준 글이 아니다. 문장이 좋다. 좋은 문장의 전형을 가지고 있다.


짧은 문장을 쓴다. 문장 속에 문장을 넣지 않는다. 수동태를 쓰지 않고, 접속사나 대명사를 남발하지 않는다. 문장 속에 영어단어를 섞어쓰지 않고, 한자어나 사자성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멘트덩어리, 모래더미, 말끔하게, 괴로움, 맞닥뜨리는, 써야겠고, 맛배기, 같은 색깔, 실컷, 얕은, 애닯다, 골라내다 등등


이런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문장에만 힘을 준 것이 아니다. 문장 곳곳에 손에 잡히는 깔끔한 단어만으로 말을 이어간다. 누가 써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장을 손에 잡히게 쓰는 사람이 내용이 두루뭉술일 리가 없다. 극빈의 환경부터, 대통령까지 경험이 국민들의 고통과 소망을 가늠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국회의원, 대통령선거의 경험이 국정 전반에 대한 실무자급 지식을 쌓아오게 만든 것 같았다. 보고서를 넓고 다양하게 읽은 힘이다. 상황파악 능력이 빨랐고, 바로 문장으로 설명해 냈다.


말이 자신감이 넘쳤고, 거칠것이 없었다.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모르는 것마저 자신있을 수 있다. 대통령은 답변 곳곳에서 '그 부분은 모르겠다.', '여기서 결론 내릴 수 없다.', '안 된다.'고 말했다.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태권브이 비유도 인상 깊었다.




태권브이 그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조종사에 따라 움직인다. 철수가 타면 철수가 되고, 영희가 타면 영희가 된다. 조종사가 아무것도 안하면, 태권브이는 아무것도 안 한다. 공무원을 해바라기라고 비아냥거려선 안 된다. 공무원을 해를 바라보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고, 또 그렇게 훈련되었다.

(이재명, 취임 30일 기자회견)




대변인실은 참신한 방식으로 대통령을 더욱 빛나보이게 하려했으나, 대변인실의 기획은 어설펐고 대통령 개인기로 겨우겨우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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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무원 중립성과 엽관제도에 대해 써 놓은 글과 닿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공무원이라고 영혼이 없겠는가. 그 분야에 있어 정무직 공무원보다 훨씬 전문적이다. 생각이 어찌 없겠는가. 선거 공약들을 보면서 훌륭한 정책과 바보 같은 선동이 어찌 구분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 있다(헌법 제7조). 헌법 규정은 공무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당이 집권하건 간에 복종하고 충성해야 한다. 정치적, 정무적 판단은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의 몫이다. 정무직 공무원이 업무방향을 제시하면 전문성을 살려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충성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숙명으로 산다.



정무직 공무원은 충성심과 실적에 따라 공무원을 평가한다. 자신들의 정치철학에 주저주저하는 공무원과 적극적인 공무원을 평가하면서 대통령의 정치를 구현해 나간다. 정무직 공무원이 직업공무원을 지휘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직업공무원도 무엇이 국민의 전체의 이익인지 판단하고 건의하겠지만, 최종 판단권은 선출된 권력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의 몫이다.



공무원은 개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선거에서 승리한 권력에 복종해야 한다. 전문성을 살려 충성을 다해야 한다. 싫건 좋건 선출된 권력과 한배를 타야 한다. 위법이 아닌 한 공무원은 선거에서 이기는 편에 서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live/FlgGsaOVrJo?si=ZB_t78pFo6bEe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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