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을 가리지 마시고,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소서.

사마천 사기, 이사 열전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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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을 가리지 마시고,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소서.]




사마천은 진나라 재상 '이사李斯' 이야기를 사기열전에 기록했다. 이사는 기원전 284~208년의 사람이다.동쪽 산둥반도 쪽 허난성 사람이지만, 서쪽 끝에 있던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진시황제는 이사를 재상으로 앉히고 중국을 통일했다.




동쪽 먼나라 출신인 이사를 시기하고 비방하는 사람이 많았다. 신하들은 외국출신을 쫓아내는 '축객령'을 건의했고, 진시황제는 이를 받아들였다. 외국출신인 이사는 '간 축객서'를 써서 진시황에게 올렸다. 기개도 대단하지만, 글의 구조가 좋고, 표현의 유려하다. 이런 글은 사람의 솜씨가 아닌 듯하다. (뒤에 전문을 붙였다.)




태산은 흙 한 알까지도 모아 비로서 크게 되었습니다.

바다는 실개천을 가려받지 않아 깊게 되었습니다.

임금께서는 출신을 가리지 마시고,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소서.


泰山不讓土壤(태산불양토양)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故能就其深(고능취기심)

王者不卻衆庶(왕자불각중서) 故能朙其德(고능명기덕)

(이사, 간 축객서(諫 逐客書) 중 일부)





진시황제는 '간 축객서'를 읽고 축객령을 철회했다.



이사의 글을 읽다가 태산과 바다의 비유는 지금도 맞는 것인지 궁금했다. 진영을 달리할 때 어디까지 인재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진정 태산은 한 톨의 흙도 버리지 않는가. 바다는 모든 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태산은 흙 한 알까지도 소중히 여기지만, 강단이 약한 돌멩이는 흙덩이로 부스러지고, 들떠 있는 알갱이는 빗물에 씻겨나간다. 떨굴 것은 떨구고 나서야 비로소 태산이 되었다.



모든 내는 결국 바다로 흐른다. 바다는 천과 강을 가려받지는 않지만, 더러운 물을 그대로 받지도 않는다. 고랑에서, 강바닥에서, 물풀과 미생물로 구정물은 성질을 바꾸어 간다. 흐르고 흘러 바다가 받을 만한 물로 변해간다. 여전히 남은 더러움은 바다가 스스로 정화시킨다.



사기열전이 지금도 읽히는 것은 지금도 읽힐만한 이치가 있어서다. 인재를 모으는 법은 이사가 살았던 기원전 3세기나 현재 21세기나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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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축객서, 이사](諫 逐客書, 李斯)



臣聞吏議逐客, 竊以爲過矣.


신이 듣기로는 관리들이 객(客: 다른 나라 사람)을 쫓아낼 것을 의논한다는데, 저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昔者, 繆公求士, 西取由余於戎, 東得百里奚於宛, 迎蹇叔於宋, 來邳豹公孫支於晉, 此五子者, 不産於秦, 而繆公用之, 幷國二十, 遂霸西戎.


옛날에 목공(穆公)께서 선비를 구하여 서쪽으로는 융(戎)에서 유여(由余)를 기용했고, 동쪽으로는 완(宛)에서 백리해(百里奚)를 얻었으며, 송(宋)에서 건숙(蹇叔)을 맞아들였고, 진(晉)에서 비표(邳豹)와 공손지(公孫支)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 다섯 사람은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목공께서는 그들을 등용하여 스무 나라를 병합하고 마침내 서융의 패자(霸者)가 되었습니다.



孝公用商鞅之法, 移風易俗, 民以殷盛, 國以富强, 百姓樂用, 諸侯親服, 獲楚魏之師, 擧地千里, 至今治强.


효공(孝公)께서 상앙(商鞅)의 법을 써서 풍속을 바꾸시니 백성이 그 덕분에 번성하고 나라가 그 덕분에 부강해졌습니다. 백성은 나라를 위해 쓰이기를 즐거워하고 제후는 친근히 복종하였으며, 초나라와 위나라의 군사를 사로잡고 땅 천리를 빼앗았으니 지금까지도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군대가 강성합니다.



惠王用張儀之計, 拔三川之地, 西幷巴蜀, 北收上郡, 南取漢中, 包九夷, 制鄢郢, 東據成皐之險, 割膏腴之壤, 遂散六國之從, 使之西面事秦, 功施到今.


혜왕(惠王)께서는 장의(張儀)의 계책을 써서 삼천(三川)의 땅을 빼앗고, 서쪽으로 파촉(巴蜀)을 병합했습니다. 북쪽으로는 상군(上郡)을 접수하고 남쪽으로는 한중(漢中)을 차지했으며, 구이(九夷)를 아우르고 언(鄢)과 영(郢)을 제압했습니다. 동쪽으로는 성고(成皐)의 험지를 점거하고 기름진 땅을 할양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여섯 나라의 합종(合從)을 흩뜨려서 그들이 서쪽을 향해 진나라를 섬기게 하였으니 공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昭王得范睢, 廢穰侯, 逐華陽, 彊公室, 杜私門, 蠶食諸侯, 使秦成帝業.


소왕께서는 범저를 얻어 양후(穰侯)를 폐하고 화양(華陽)을 쫓아내 공실(公室)을 굳건히 하고 사문(私門)을 막아서 제후들을 잠식하여 진나라가 제업을 이루게 했습니다.



此四君者, 皆以客之功. 由此觀之, 客何負於秦哉? 向使四君郤客而不內, 踈士而不用, 是使國無富利之實, 而秦無彊大之名也.


이 네 임금의 업적은 모두 객(客)의 공으로 이룬 것입니다. 이로써 본다면 객(客)이 진나라에게 무엇을 저버렸습니까? 만약 네 임금이 객(客)을 쫓아내서 나라 안에 들이지 않고 선비를 멀리하여 기용하지 않았다면, 나라에 부강해지고 유익해지는 실익이 없도록 만들어 진나라가 강대하다는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今陛下致昆山之玉, 有隨和之寶, 垂明月之珠, 服太阿之劍, 乘纖離之馬, 建翠鳳之旗, 樹靈鼉之鼓, 此數寶者, 秦不生一焉, 而陛下說之何也?


지금 폐하께서는 곤륜산의 옥을 가져오시고, 수후와 화씨의 보물을 소유하시며, 명월주를 늘어뜨리셨습니다. 태아검을 차시고 섬리마를 타시며, 취봉기를 꽂아두시고 영타고를 세우셨습니다. 이 여러 보물들은 진나라에서 하나도 나지 않는데 폐하께서는 그것들을 좋아하시니 어째서입니까?



必秦國之所生然後可, 則是夜光之璧不飾朝廷, 犀象之器不爲玩好, 鄭衛之女不充後宮, 而駿良駃騠不實外廐, 江南金錫不爲用, 西蜀丹靑不爲采.


반드시 진나라에서 난 것이어야 한다면 야광주는 조정에 장식되지 못할 것이고 무소뿔과 상아로 만든 그릇은 진귀한 노리개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정나라와 위나라의 미녀는 후궁에 채워지지 못할 것이고, 결제(駃騠) 같은 좋은 말은 마구간에 채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강남의 금과 주석은 쓰이지 못했을 것이고, 서촉의 단청은 채색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所以飾後宮充下陳娛心意說耳目者, 必出於秦然後可, 則是宛珠之簪、傅璣之珥、阿縞之衣、錦繡之飾不進於前, 而隨俗雅化, 佳冶窈窕趙女不立於側也.


후궁을 꾸미고 하진(下陳)을 채워서 마음과 뜻을 즐겁게 하고 눈과 귀를 기쁘게 하는 것이 반드시 진나라에서 난 것이어야 한다면, 완(宛)에서 나는 구슬로 만든 비녀와 전기(傅璣)로 만든 귀걸이와 아(阿)에서 나는 흰 비단으로 만든 옷과 수놓은 비단으로 만든 장식이 폐하 앞에 진상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풍속을 따라 우아하게 변화하여 아름답고 얌전한 조나라 여인들도 폐하의 곁에 서지 못할 것입니다.



夫擊甕叩缶彈箏搏髀, 而歌呼嗚嗚, 快耳目者, 眞秦之聲也. 鄭衛桑間昭虞象武者, 異國之樂也. 今棄擊甕叩缶而就鄭衛, 退彈箏而取昭虞, 若是者何也? 快意當前, 適觀而已矣.


무릇 동이를 치고 질장구를 두드리며 쟁을 뜯고 넓적다리를 치면서 ‘오오’하고 노래를 불러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진나라의 음악입니다. 정나라와 위나라의 상간(桑間), 소우(昭虞), 상무(象武)는 다른 나라의 음악인데, 지금은 동이를 치고 질장구를 두드리는 것은 버려두고 정나라와 위나라의 음악을 따르며 쟁 뜯는 것은 물리치고 소우는 취하니 이와 같음은 어째서입니까? 눈앞에서 뜻을 즐겁게 하여 보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今取人則不然, 不問可否, 不論曲直, 非秦者去. 爲客者逐, 然則是所重者, 在乎色樂珠玉, 而所輕者, 在人民也. 此非所以跨海內制, 諸侯之術也.


지금 인재를 취하는 데는 그렇지 않습니다. 찬성과 반대를 묻지도 않고 옳고 그름을 논하지도 않으면서 진나라 출신이 아닌 자는 물리치고 유세객은 내쫓습니다. 그렇다면 중히 여기는 바가 여색과 음악과 구슬과 옥에 있는 것이요, 가벼이 여기는 바가 사람에게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온 나라[海內]를 차지하고 제후를 다스리는 방법이 아닙니다.



臣聞地廣者粟多, 國大者人衆, 兵强則士勇. 是以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王者不卻衆庶, 故能明其德. 是以地無四方, 民無異國, 四時充美, 鬼神降福, 此五帝三王之所以無敵也.


신이 듣기로는 넓은 땅에는 곡식이 많고 큰 나라에는 사람이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가 용맹하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태산(泰山)은 작은 흙덩이도 마다하지 않아서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아서 그 깊음을 이룰 수 있으며, 왕자(王者)는 뭇사람을 물리치지 않아서 그 덕을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땅은 사방(四方)을 가릴 것이 없고, 백성은 다른 나라를 가릴 것이 없어서 사시사철 아름다운 것이 가득하고 귀신이 복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제(五帝)와 삼왕(三王)에게 대적할 자가 없었던 이유입니다.



今乃棄黔首, 以資敵國, 卻賓客, 以業諸侯, 使天下之士退, 而不敢西向, 裹足不入秦, 此所謂藉寇兵而齎盜糧者也. 夫物不産於秦可寶者多, 士不産於秦願忠者衆. 今逐客以資敵國, 損民以益讐, 內自虛而外樹怨於諸侯, 求國無危不可得也.


그런데 지금 백성을 버려서 적국을 도와주고, 빈객을 물리쳐서 제후들에게 공업을 이루게 하며, 천하의 선비들이 물러나 감히 서쪽을 향하지 못하고 발을 싸매 진나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니, 이것이 이른바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무릇 사물 중에는 진나라에서 나지 않아도 보물이라 할 만한 것이 많고, 선비 중에는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충성하기를 원하는 자가 많습니다. 지금 빈객을 내쫓아 적국을 도와주고 백성을 버려 적을 이롭게 하며 안으로는 스스로 텅 비게 하고 밖으로는 제후에게 원망을 심어주니,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구하여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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