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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경찰 조사가 있으면, 일찍 출발한다. 7시가 넘어가면 버스전용차로가 시작되고, 버스차로에 있던 승용차가 일반 차로로 밀려난다. 고속도로는 꽉 막힌다. 7시 전에 기흥휴게소는 도착해야 안전하다.
운전하면 잡념에 빠진다. 유튜브 듣는 것보다 잡념에 빠진 상상이 재밌다. 아침 일찍 이 많은 차들은 어디로 갈까 생각했다. 이런저런 구실을 떠올리다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돈 벌러 가는구나.'
나는 경찰 조사 참여하러 경찰서에 가는 중이었다. 의뢰인도 같은 시간 같은 경찰서로 운전하고 있을 것이었다. 경찰관은 조사 준비를 하고 있겠지. 상상에 상상이 이어졌다.
국가는 경찰을 고용하는 것이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이익이다. 경찰을 고용한 이유다.
경찰관은 수사한다.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생계수단이다. 일이다. 일로 돈을 번다. 받은 봉급보다 더, 최소한 그만큼은 성과를 내야 한다. 경찰을 움직이는 힘은 승진과 급여다.
공무원이 업체에 일을 맡긴다. 직접 하는 것보다 일을 맡기는 것이 이익이라 판단하여 돈을 내준다. 업체는 받은 돈보다 더, 최소한 그만큼은 일을 한다. 업체를 움직이는 힘은 돈이다.
경찰서로 업체를 소환한다. 업체는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되니 변호사를 고용한다. 수임료보다 변호사의 서비스가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돈을 지급한다. 변호사는 받은 돈보다 더, 최소한 그만큼 서비스를 해야 한다. 변호사를 움직이는 힘은 돈이다.
시간이 되어 경찰관, 업체, 변호사가 조그만 조사실에 앉았다. 국가로부터 나온 돈이, 공무원을 지나, 업체를 지나, 변호사에까지 도착했다. 경찰은 이 과정을 수사한다. 이들을 같은 장소에 앉힌 것은 돈이다.
국가는 공무원, 업체, 변호사에게 세금을 걷는다. 세금으로 부족한 부분은 돈을 찍어 인플레로 다시 한번 걷어간다.
생각해 보니, 이른 아침 고속도로는 돈 벌러 가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