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소리가 났다.

호시 신이치 '노크 소리가'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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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는 초단편 소설가다. 문고판으로 5장 정도로 소설이 끝난다. 우리나라엔 플라시보 시리즈로 33권이 출간되었다.


이야기가 '노크 소리가 났다'로 시작한다. 아무런 설명이 없다.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짧은 문장으로 노크한 사람, 소리를 들은 사람, 가려진 문을 등장시킨다. 밖의 사건과 안의 고민이 뒤섞여 이야기는 퍼져나간다.


​인물과 사건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 같지가 않다. 태초에 소리가 있었고, 소리가 퍼지자 이야기도 따라 퍼져나가는 것만 같다. 가운뎃손가락으로 똑똑 두드려 소리가 만들어지면 부랴부랴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작가는 한 문장으로 인물을 어디엔가 덜렁 던져 놓는다. 솜씨가 놀랍다. 외계인, 주술사, 도둑, 강도, 경찰, 과학자, 바람난 사람이 노크한다. 주어진 상황이 이해되지 않지만 어쩌지 못하고 최선을 다한다. 물론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어- 어- 하며 상황을 겪을 뿐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한 어딘가에 놓여있다. 어떤 소리를 듣는다. 소리 때문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짧은 소설인데도, 호시 신이치의 글과 번역가 윤성규님 문장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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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남자가 홀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로버트 블랙 '노크')


희망 같은 것은 미래에 남겨두지 않으면 그럴듯한 것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호시 신이치, 노크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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