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곧 사람이라는데...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1/3)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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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라니 제목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25년 전 책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마루야마 겐지의 평생과 '각오'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어 보였다.


겐지는 공고를 나와 전신소에 타자수로 일했다. 소설도 몇 권 읽지 않았고 문예지를 읽은 적도 없다고 한다. 문학론이나 문학계의 흐름 따위도 알지 못했다. 스승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겐지 소설은 영화에서 출발했다. 영화를 좋아했던 겐지는 영화를 많이 봤다. 분석하고, 평가하고, 이야기를 새로 구성하기도 했다. 글과 이야기에 힘이 쌓이기 시작했다.


회사가 망해가려하자 돈을 벌기 위해 현상공모에 도전했다. 떠들썩한 회사 사무실에서 볼펜으로 조금씩 썼다. 23살 겐지의 작품은 1등으로 뽑혔다. 그 소설로 1966년 제56회 아쿠타가와상까지 수상했다. 겐지도 믿기지 않았다고 말하고, 나도 믿겨지지 않는다.


겐지는 글로 먹고 살겠다고 산으로 들어갔다. 웅대한 포부가 있어서가 아니라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는 글로 먹고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문예지, 평론, 심사위원, 기고, 협회 임원 따위로 먹고 살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각오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


작가마다 인간을 바라보는 각도가 있으며 그것이 문체로 나타난다. 겐지는 글은 곧 사람이다.고 썼다.


나에게 살아가는 재주는 무엇일까. 사물을 어떻게 보는가. 글은 곧 사람이라는데 나의 글은 어떠한가. 나의 재주야 고만고만하다. 나는 무엇에건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는 편이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면 뭔가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가 저절로 생긴다. 밑도 끝도 없다. 자신감이 있어 그나마 여태까지 조금씩 쓰고 있다. 변호사도 망하지 않고 어찌어찌 하고 있고, 강의도 끊기지 않고 어찌어찌 연락이 온다. 자신감 때문인지, 생각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다. 매사가 순조롭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잘 헤쳐나갈 것 같다.


겐지가 43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84세다. 20대, 30대, 40대의 글에는 그때의 생기가 있다. 글은 곧 사람이니 젊은 겐지는 거기 그대로 있는 셈이다. 몸이 늙어가도, 죽은 후에도 글은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오래전 블로그 글을 읽는다. 20년 전 글도 알림으로 오고, 10년 글도 알림으로 온다. 읽고 있으면 그때의 내가 되어 여러 시대의 내가 동시에 살고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글의 힘이 사라지면 나의 생기도 사라지는 것인가. 세월히 흘러도 글의 생기를 갖고 싶다. 생기가 굳지 않도록 어떻게든, 무엇이든 써 낼 것이다. 글의 바탕은 육체의 생기라고 하니 몸이 굳지 않도록 어떻게든, 어디서든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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