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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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는 통신회사에서 전신을 보내는 기술자였다. 어느 날 번쩍 소설가가 되었다. 무슨 계획이나 준비 따윈 없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겐지는 새로운 자신이 반가웠다. 인생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썼다. 상상하지도 못한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썼다.
살아가는 앞뒤를 살펴보면 계획과 준비가 있고, 성공과 실패가 이어지는 듯 보인다. 잠시 멈추고 10년 단위로 삶을 보자. 계획이나 준비와 상관이 없다. 상상 못한 상황에 빠지고, 겨우 헤쳐 나온다. 그리고 반복이다. 성취는 짧고 허우적은 길다. 존재마저 알지 못했던 사람에 빠지기도 한다. 무심했던 분야와 세계에 꽂히기도, 홀리기도 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재주를 발견할 때도 있다. 물론 생각지 못한 실패도 많다.
모든 걸 짐작하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충분히 알기 전에 결정해야 하고, 준비 없이 시작해야 한다. 다시 살 수도 없고, 끝까지 살아볼 수도 없다.
상상하지 못했던 내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체력장 만점을 못 받았던 내가 턱걸이, 마라톤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책을 읽어본 적도 없는 내가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재능이 있다니 놀랍다. 틈틈이 강의를 할 거라 상상해 본 적도 없다. 블로그에 쓸 수 없는 것까지 하면 이것저것이 있겠다. 망한 쪽으로도 꽤 많다.
어쨌거나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변해왔고, 변해가는 나의 모습과 재능을 발견할 때 놀랍고 대견했다. 앞으로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될 것이다. 남아 있는 새로운 모습은 궁금할 뿐 짐작되지 않는다. 남아 있지 않다면 슬픈 일이다. 삶에 비추어보면 분명 남아 있겠지. 그런 건 계획이나 준비와 상관없이 번쩍 나타나는 것이니까.
인생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을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