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부석사

by 고길동

부석사라는 단어는 나에게 조건반사적으로 다음의 순서도가 떠오른다.


부석사는 '무량수전'을, 무량수전은 '배흘림기둥'을

배흘림기둥은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서'라는 책을 떠오르게 한다.


언제 왔었는지도 모를만큼 너무나 오랜만에 부석사에 갔다.

겨울 오후의 부석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법당 안에 들어가 무릎꿇고 차분히 앉아 본존불을 가만히 바라보니 좋았다.


부석사의 규모이면 고려시대의 유명한 대목수(大木)가 맡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부석사터에 도착했을 때 숨이 턱 막혔을 것이다.


'터가 너무나 좁구나.'


거기서 부터 큰 목수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파격적인 배치와 세심한 마감이 시작된 것이다.


터가 좁으니 흔히 볼 수 있는 일자 가람(절 건물)배치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터가 좁으니 넓어 보이는 가람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본당의 터마저도 너무 좁아 본존불을 앉힐 자리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큰 목수는 가람 배치를 지그재그로 배치해서 공간감을 불어넣었다.

처음 만나는 가람이 뒷가람을 완전히 가리게 해서 뒷 가람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첫 가람에 뒷 가람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방문자라면 누구라도 그 지점에 시선이 집중되어 그 시선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가람에 도착하면 다음 가람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한다.

그 초첨 중심에 큰 목수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배치했다.

영화의 몇 장면처럼 몇 개의 스틸 컷으로 기획된 것이다.

부석사를 돌아 나와도 몇 개의 스틸 것으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량수전에 있는 본존불이다.

부석사의 본존불은 산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벽을 바라보고 있다.

본존불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본존불을 산 아래를 내려보도록 배치하면, 그렇지 않아도 법당 앞마당이 좁은데,

신도가 기도할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큰 목수는 본존불을 세로로 앉혔다. 벽을 보고 앉게 한 것이다.

그러자 스님과 신도들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무량수전 본존불은 부석사를 내려다보지 못한다.

해, 달, 구름, 산, 들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인간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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