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군인의 목숨은 고귀하다

<군부심위원회 4편>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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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이란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을 선언했고, 미국은 이란이 공격하면 몇 배로 다시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보복'과 '보복의 보복'이 선포되는 속에서 미군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이란의 군인들도 엄청난 긴장감 속에 진지로, 함대로, 비행기지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막상 전장에 도착하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명령이 내려질 지 모른다.

지휘관은 작전을 위해 죽을 수밖에 없는 명령을 부하에게 내릴 수도 있다.

모든 나라 군대의 공통점은 '명령은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령이 내려지면 그들은 적진으로 달려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병사는 의무복무자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목숨을 건다.

목숨을 거는데 대한 어떠한 대가가 없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군에서 병사들은 여러 이유로 사망한다.

작전을 수행하다 사망하기도 하고, 폭행의 피해자로 사망하기도 하고, 사고가 발생해 사망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건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다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들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 동기나 인과관계를 놓고 품평회를 할 일이 아니다.

군인의 죽음에 점수와 등급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 앞에 시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만 들어보면 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아들이 죽었고,

그 죽음이 정당하게 평가 받지 못했다고,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눈비를 맞아가며 몇 년 째 시위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투에 임하여야 함에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입대한 장병들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하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 또한 장병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건강하게 다시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건, 미국이건, 이란이건,

모든 군인의 목숨은 고귀하다.


죽어야 비로서 고귀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더욱 고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복수가 서로에게 시작되면 첫 결과물은 정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군인들의 죽음일 것이다.


슬픈 일이다.




고등군사법원 2015. 4. 9 선고 2014노315 판결(이른바 '윤일병 사건' 항소심 판결문) 중 일부


사람의 생명은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근원으로서 인간의 존엄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할 수 없는 것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인간 존엄에 대한 가장 커다란 침해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투에 임하여야 함에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입대한 장병들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하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 또한 장병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건강하게 다시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의 청년인 피해자는 격리된 공간 속에서 어떠한 보호와 도움도 받지못한 채 피고인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뎌낼 수밖에 없었고 결국 누적된 폭행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이로써 그가 살아오면서 품었을 삶의 모든 꿈과 희망들은 한순간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고 그를 귀하게 키웠을 부모, 함께 정을 나누었을 형제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깊은 상실감에 빠져 도무지 치유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그 어떠한 말도 건네지 못하는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우선적으로 헤아려 행위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정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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