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백신도 맞았건만...
평소에 교류를 주고받는 SNS인 페이스북에서 타임라인에 간간히 인플루엔자로 고통받는 페친분들의 이야기가 보인다. 그 비싸다는 비급여 4가 고오급 백신까지 맞췄는데, 주사 안맞은 저 사람은 안걸리고, 우리가족은 하루가 다르게 골골대는 사람이 늘어만 가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게임처럼 주사를 맞으면 ‘인플루엔자 쉴드’ 같은거라도 생겨서 일정기간 완전면역이라도 되면 좋을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서글픈 일이다.
내가 아무리 교통법규를 지키고 방어운전을 열심히 한들, 시속 180km로 달리는 음주운전차에 휘말리면 답이 없듯이, 내가 아무리 감염 예방적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내가 노출되는 주변 환경의 보건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감염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기매개 전파이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감염자와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렇다. 병원, 사무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공간에서 거의 항상 익명의 감염자는 존재하기 때문에 보통의 우리들 대다수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감염자들이 조금 더 감염방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좋겠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사서 쓰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자신의 감염 때문에 마스크를 사서 쓰는 사람은 (병원에서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잘 보지 못했던 그간의 진료경험에 미루어봤을 때,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거기에다 일부 사업장(...)은 인플루엔자로 의심되어도 확진을 받으면 병가를 받아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묵언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감염 확산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곤 한다.
결국, 해마다 잊지도 않고 돌아오는 이 지독한 감염병의 마수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나려면, 실험실에서 완벽한 백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성숙한 보건교육 수준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게 잘 안되니, 이불 밖은 항상 위험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