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주차&2주차 케이팝 리뷰
블랙핑크, NCT 127, 지코 등 5곡
[2022년 9월 1주차]
원어스 - Same Scent
지코 - 새삥
[2022년 9월 2주차]
NCT 127 - 질주
BLACKPINK - Shut Down
미미로즈 - Rose
BLACKPINK, [BORN PINK], YG엔터테인먼트, 2022WEEKLY PICK!
블랙핑크, 'Shut Down' : 7.6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를 샘플링한 블랙핑크의 파격적인 복귀작 'Shut Down'은 그 어느 때보다도 트랩 힙합의 문법에 충실한 프로덕션으로 리스너들의 기대를 매끈히 충족시킨다. 우아하고 세련된 바이올린 샘플은 마치 주술처럼 귀를 휘감으며 트랙 내내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와 같은 자신감 넘치는 가사로 스웨거를 펼쳐 보이는 멤버들의 기량 역시 굳건하다.
본작은 갈수록 다이나믹해지고 변화무쌍해지는 케이팝 편곡의 동향을 따르지 않아 더욱 특별하다. 하나의 매력적인 샘플을 곡 내내 반복하며 최소한의 변주만을 주는 작법은 케이팝보다는 힙합을 닮아 있다. 단적인 예로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전세계적 히트곡인 쥬스 월드(Juice WRLD)의 'Lucid Dreams'나,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Industry Baby'를 떠올려 보라. 후자와는 샘플의 멜로디를 훅에 그대로 차용하는 멜로디메이킹 방식까지 유사하다.
차진 하이햇과 킥, 그리고 묵직한 808 베이스가 바이올린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Shut Down'의 쾌감은 우리가 힙합을 사랑하는 이유와 일치한다. 필자는 지난 'Pink Venom'의 리뷰에서 블랙핑크의 래핑이 가지는 차별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갈증을 해소해 줄 제대로 된 힙합 넘버를 고대해온 바 있다. 그처럼 보란 듯이 케이팝의 색을 거의 덜어내고 정공법적인 트랩으로 돌아온 그들의 선택은 놀랍도록 발칙하고 동시에 매력적이다.
원어스, [MALUS], RBW, 2022원어스, 'Same Scent' : 5.7
탄탄한 기획력과 컨셉츄얼한 무대로 4세대 보이그룹 중에서는 눈에 띄는 커리어를 이어 왔던 원어스의 신작 'Same Scent'. 섹슈얼한 가사와 뭄바톤 장르의 조합이라는 특성 상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서늘한 기타를 중심으로 운용해 어느 정도 차별화를 시도한 흔적이 드러나나 결과물 자체는 썩 신선하지 못한 편.
Various Artist, [스트릿 맨 파이터(SMF) Original Vol.3 (계급미션)],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2022지코, '새삥' : 4.1
잭 할로우(Jack Harlow)의 'WHATS POPPIN'을 연상시키는 간단한 건반 루프를 바탕으로 특별할 것 없는 스웨거를 늘어놓는 '새삥'은 방송의 힘이 없었다면 주목받기 어려웠을 식상한 트랩 넘버다. '영끌', '리셀러' 등 MZ세대의 신조어들을 적극적으로 가사에 차용하며 재미있는 워드 플레이를 보여 주는 지코에 비해 피처링으로 참여한 호미들은 진부한 가사와 단순한 플로우로 존재감을 잃는다.
NCT 127, [질주 (2 Baddies)], SM엔터테인먼트, 2022NCT 127, '질주' : 7.4
'질주'는 NCT 127이 지닌 강점을 최대한으로 부각시킨 전략적인 트랙이다.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태용의 단독 랩 벌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마크와 재현의 랩을 전면에 내세우며 안정적인 구성을 취한다. 카랑카랑한 하이톤의 마크와 정돈된 로우톤을 지닌 재현의 궁합이 꽤나 자연스럽다. 작사에 참여한 래퍼 소코도모(sokodomo)의 잔향이 느껴지는 팽팽한 플로우 역시 이목을 끈다.
이에 더해 보컬 라인의 음색 역시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첫 프리코러스에서 해찬-정우-도영-태일의 보컬이 교차하며 선사하는 청각적 쾌감은 곡의 백미로, NCT 127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손꼽을 만큼 훌륭한 멜로디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팀의 대표곡 '영웅'의 작법을 재활용한 훅 역시 캐치하게 꽂히는 편.
결과적으로, '질주'는 NCT 127의 잠재력이 완벽하게 발휘된 트랙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팀의 장단점을 명민하게 파악해 내놓은 최적의 답안지에 가깝다. 철저한 기획 하에 치밀하게 건축된,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싱 노하우가 결집된 수작.
mimiirose, [AWESOME], 예스아이엠, 2022미미로즈, 'Rose' : 6.9
오리엔탈 풍의 메인 테마를 베이스로 버라이어티한 변주를 주는 트랙의 짜임새가 일반적인 중소 기획사의 신인 걸그룹보다는 확실히 눈에 띄게 탄탄하다. 콘셉트의 통일감이 흐릿한 편이라 아이브의 'ELEVEN'이나 청하의 'Sparkling', (여자)아이들의 '덤디덤디' 등 기존의 케이팝 넘버들이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로즈의 데뷔곡 'Rose'가 단순히 '임창정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만으로 한정짓기에는 음악적으로 꽤나 매력적인 트랙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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