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주차&2주차 케이팝 리뷰

RM, 레드벨벳, 있지, 카라 등 6곡

by 박정빈

[2022년 12월 1주차]

레드벨벳 - Birthday
카라 - WHEN I MOVE
ITZY - Cheshire
RM - 들꽃놀이


[2022년 12월 2주차]

민호 - 놓아줘
더보이즈 - All About You




RM, [Indigo], 빅히트뮤직, 2022

WEEKLY PICK!

RM, '들꽃놀이' : 8.3


진한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텔링과 세련된 프로덕션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RM의 원숙한 기량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정규 앨범 [Indigo]가진 것과 잃은 것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뇌하는 화자의 감정선이 치밀한 트랙 배치를 통해 점진적으로 묘사되는 흐름이 인상적인데, 그 중에서도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타이틀 곡 '들꽃놀이'는 그야말로 화룡점정과 같다. 둔탁한 드럼과 드라마틱한 록 사운드가 어우러진 비트는 거칠고 낮은 톤의 싱잉 랩과 뛰어난 궁합을 보이며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록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은 울부짖는 듯 역동적인 가창으로 벅차오른 감정을 터뜨리며 트랙의 울림을 한층 증폭시킨다. 담담한 RM의 랩과 폭발적인 조유진의 보컬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들꽃놀이'의 감정적 호소력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봄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다. 올해 이보다 흡인력 있는 케이팝 작품은 없었다. 10년간의 여정 끝에 비로소 RM의 손에서 피어난 찬란한 인디고색의 꽃이다.


* 보다 자세한 리뷰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로: RM [Indigo]> 앨범 리뷰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Red Velvet, [‘The ReVe Festival 2022 - Birthday’], SM엔터테인먼트, 2022

레드벨벳, 'Birthday' : 7.7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전작 'Feel My Rhythm'으로 대중적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잡았던 레드벨벳. 이번에는 조지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을 가져왔다. 전작과 같은 샘플링 기법이 사용되었지만 방식은 상이하다. 'Feel My Rhythm'이 샘플을 그대로 메인 테마 채택하여 전면에 내세웠다면, 'Birthday'는 샘플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소리의 질감을 키치하게 변형시킨 뒤 벌스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루핑된 샘플과 트랩 리듬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비비드한 톤의 사운드는 카툰풍의 앨범 커버처럼 유쾌한 즐거움을 안겨 준다.


허나 진짜 하이라이트는 분위기가 반전되는 코러스 구간. 차진 'I can make the beat go' 콜과 함께 두꺼운 질감의 신스가 찬란하게 쏟아지며 역동적으로 출렁인다. 반음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몽환적인 코드 진행이 돋보이는 탑라인은 얼핏 둔탁한 비트에 잘 묻어나지 않는 듯한데, SM엔터테인먼트의 영리한 A&R은 그 이질감을 키치한 콘셉트의 일부분으로 승화시켜 청자를 설득해낸다. 덧붙여 쨍한 하이톤의 음색으로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조이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 수준.


레드벨벳은 'Feel My Rhythm'과 'Birthday'를 통해 오케스트라 샘플을 케이팝의 컨텍스트 속에서 다루는 두 가지의 상이한 방법론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리스너들에게 구조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레드벨벳의 이 연작은 케이팝 음악의 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샘플링 기법의 집대성이자 완본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카라, [MOVE AGAIN], RBW, 2022

카라, 'WHEN I MOVE' : 5.5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함께 케이팝 2세대 걸그룹의 황금 트로이카를 결성했던 카라(KARA)가 결성 15주년을 기념해 다시 뭉쳤다. 직관적인 멜로디를 무기로 내세웠던 왕년의 전략을 그대로 재현한 트랙 'WHEN I MOVE'는 댄서블한 킥과 신스 베이스를 꾹꾹 눌러 가며 전진하는 코러스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생각보다 후렴의 파괴력이 크지 않고 브릿지의 랩이 다소 헐거워 평작 이상의 감상을 받기는 힘들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기반으로 카라의 오랜 작법을 리마스터링한 시도 자체로 의미 있는 싱글.


ITZY, [CHESHIRE], JYP엔터테인먼트, 2022

있지, 'Cheshire' : 3.4


거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운 벌스를 지나 느닷없이 하이노트로 찌르며 들어오는 후렴에 피로감이 느껴진다. 여러 멤버들이 보컬과 랩을 번갈아 가며 한 마디씩 뱉는 난잡한 코러스 구성은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두텁게 쌓은 베이스가 이 트랙이 있지(ITZY)의 곡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으나, 캐치한 멜로디와 뚜렷한 콘셉트 등 그동안 그들의 음악이 지니고 있던 강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민호, [CHASE], SM엔터테인먼트, 2022

민호, '놓아줘' : 6.9


샤이니 활동 중에는 주로 랩 파트를 맡았던 민호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놓아줘'는 의외로 보컬을 강조한 피비알앤비 트랙이다. 신비로운 피아노 루프와 어두운 베이스를 뼈대삼아 공간감 넘치게 엮어낸 비트의 완성도는 대단히 뛰어나며, 그 위에 얹히는 탑라인 역시 나쁘지 않은 매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전문적인 보컬이 아닌 민호의 다소 밋밋한 가창이 트랙을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이 옥의 티.


더보이즈, [THE BOYZ Special Single [All About You]], IST엔터테인먼트, 2022

더보이즈, 'All About You' : 6.1


매해 윈터 스페셜 싱글을 선보여 온 더보이즈가 2022년의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발매한 'All About You'는 따뜻한 톤의 어쿠스틱 악기 구성과 부드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매끈한 팝 넘버다. 더보이즈 멤버들의 섬세한 가성 보컬은 뛰어난 호소력을 보여 주며, 프리코러스에서 등장하는 보코더는 청자의 몰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해낸다. 이맘때쯤이면 늘 발매되는 윈터 송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이지만, 익숙한 대신 더욱 알차게 꾹꾹 눌러 담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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