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NCT DREAM의 세 번째 정규 앨범 <ISTJ>가 발매되었다. 앨범 판매량은 단 5일 만에 무려 300만 장을 넘기며 조기에 트리플 밀리언셀러 기록을 확정지었다. 지난 겨울 리메이크 넘버 "Candy"를 통해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NCT 드림은 드물게도 대중과 팬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팀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대다수의 4세대 보이그룹이 거대한 팬덤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성의 영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더욱 인상적인 성과다.
(1) NCT 드림의 음악적 잠재력
생각해 보면 NCT 드림은 멤버 구성부터 뛰어난 음악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팀이었다. 유니크한 음색의 해찬 - 가녀린 하이톤의 런쥔 - 부드러운 미성의 천러로 이어지는 세 명의 보컬 라인은 그 어떤 곡들에도 다채로운 색깔을 입혀내며 NCT 드림의 음악적 완성도를 탄탄하게 견인해 온 일등 공신이다. 특히 트렌디하고 독특한 음색과 넓은 음역대를 타고난 해찬의 경우, 안정적인 발성과 화려한 기교를 비롯한 기술적 성취까지 더해지며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보컬로 거듭났다. 케이팝의 주된 질료인 팝/일렉트로닉 장르가 찾는 이상적인 보컬에 가까운 해찬은 케이팝 프로듀서라면 누구라도 매혹되어 버릴 보석과도 같은 재능임이 틀림없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해찬의 보컬이 현존하는 모든 남성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능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단순히 가창력이 더 뛰어난 보컬은 많아도 케이팝 음악 안에서 해찬보다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보컬은 찾기 어렵다)
주로 마크와 제노, 지성이 맡는 래퍼 라인 역시 준수하다. Mnet <고등래퍼>에서 결승에 진출하기도 한 마크는 하이톤의 래핑으로 트랙을 이끌어 나가며, 지성과 제노는 부드럽고 거친 로우톤으로 마크의 하이톤과 합을 맞춘다. 특히 마크는 발성과 리듬감 면에서 다른 아이돌 래퍼들과는 명확히 궤를 달리하는 멤버로, 지코, 송민호, 바비 등을 제외하면 그보다 뛰어난 아이돌 래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NCT DREAM, NCT 127, NCT U 등 대부분의 NCT 관련 유닛에 해찬과 마크 두 명만은 빠짐없이 참여시키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 NCT 드림의 커리어 최고작, ISTJ
이처럼 보컬과 랩 양면으로 우수한 재능들을 보유하고 있는 NCT 드림의 잠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지-리스닝에 기초한 그들의 음악 기조는 그 재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선배 유닛인 NCT 127이 평단의 찬사를 받은 것과는 다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21년 "Hello Future"를 기점으로 NCT 드림은 콘셉트와 음악성 사이의 적절한 지점을 연구하며 점차 완성도를 높여 가기 시작했고, 끝내 그들은 커리어 최고작 "ISTJ"를 탄생시켰다.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MBTI(성격유형검사)라는 가벼운 소재를 채택했지만 음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더스트리얼한 질감의 드럼과 두께감 있는 베이스가 끝없이 상향하는 루프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형성하는 유니크한 속도감은 곡 내내 청자를 긴박 속에 가둔다. 이 긴박감은 유려한 화음으로 뻗어 나가는 후렴의 'Glamourous, dangerous' 파트에 이르러 시원하게 해소되며 세련된 청량감을 제공한다. 보컬 하모니의 매끈한 텍스처는 2010년대 중반의 샤이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에 더해 편곡자의 감각이 가장 빛나는 부분은 비트가 멜로우한 붐뱁 힙합 풍으로 전환되는 브릿지로, 런쥔-해찬-천러로 이어지는 보컬 라인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며 놀라운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낭만적인 20초는 NCT 드림의 음악적 여정이 비로소 완전한 성숙에 이르렀음이 드러나는 결실의 순간이다. "Hello Future"가 씨앗을 심고, "Beatbox"가 물을 주고, "ISTJ"가 꽃을 피웠다.
(3) 글을 마치며
오늘날 많은 보이그룹들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결국 그 어느 쪽도 붙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NCT 드림은 선명한 이지-리스닝의 기조와 직관적인 콘셉트로 대표되는 대중적 노선을 벗어나지 않고도 우수한 작품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채 어둡고 강렬하기만 한 프로듀싱에 천착되어 음악적 방향성을 잃은 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뷔 7년 차임에도 아직 평균 나이가 22.2세에 불과한 NCT 드림의 눈부신 성장기를 당신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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