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여자)아이들, 김요한 외 9곡
CRAVITY - Flame
전지윤 - BAD
김요한 - No More
카드 - GUNSHOT
세훈&찬열 - 10억뷰 (Mar Vista Remix)
OnlyOneOf - 얼음과 불의 노래
NTX - 블랙홀
BLACKPINK - Ice Cream
K/DA - THE BADDEST
포미닛(4minute) 출신의 전지윤(JENYER)의 솔로 프로젝트 'BAD'의 사운드는 예상 외로 상당히 깔끔하고 감각적이다. 퓨처 베이스 신스에 차분한 피아노, 백그라운드 보컬로 사운드를 풍성하게 채우고 코러스에서는 베이스와 레트로풍 신디사이저로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김뮤지엄의 유니크한 보이스 역시 듣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곡을 관능적으로 소화해 내는 전지윤의 여유로운 보컬이다. 흠잡을 구석 없이 깔끔하게 마감된 'BAD'는 그녀의 노련함을 재차 증명하는 수작이다.
신인 보이그룹치고는 놀라운 성과다. 'Flame'은 통통 튀는 신스를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곡을 진행하다 코러스에서는 자글대는 전자음을 등장시키는데, 가성부의 백그라운드 보컬과 함께 꽤나 캐치한 멜로디를 풀어내는 후렴과 공격적인 사운드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맥빠지는 감이 있는 믹싱이나 보컬 디렉팅 탓에 다소 아쉬움은 남으나,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Flame'의 사운드와 멜로디는 꽤나 강력하다.
Mnet의 히트 프랜차이즈 <프로듀스101> 시리즈 마지막 시즌의 우승자 김요한의 데뷔곡 'No More'는 놀랍게도 한국 R&B 씬의 대표주자 자이언티(Zion.T)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뭉툭한 신스를 탁탁 끊어서 진행함과 동시에 여러 사운드 소스들을 난잡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유머러스한 솜씨는 일품이나 멜로디 자체는 지극히 평이해 선율이 귀에 남지 않는다. 더군다나 김요한의 몰개성한 보컬이 자이언티의 유쾌하고 톡톡 튀는 코러스와 대비되어 실망은 더욱 커지니, 이래서야 'No More'를 성공적인 데뷔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2016년 데뷔 싱글 'Oh NaNa'를 시작으로 뭄바톤을 비롯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대한 일관된 지향을 보여 온 몇 안 되는 K-POP 그룹인 카드(KARD). 확고한 장르적 색깔, 준수한 완성도의 음악, 혼성 그룹이라는 차별점 등 뚜렷한 개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해외 인기에 비해 정작 국내에서는 반응이 다소 시들한 것이 사실이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카드는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뭄바톤 대신 트랩(Trap)을 선택했다. 풍부한 트랩 비트가 돋보이는 'GUNSHOT'의 사운드는 에너지 넘치고 풍성하다. 하지만 다른 트랩 뮤직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점할 차별점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율의 힘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귀에 쏙쏙 박히는 수준도 아니다. 드라마틱한 반향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싱글이다.
힙합 기반 팝 음악치고는 큰 굴곡이 없이 평이한 인상만을 남겼던 원곡의 단점이 하우스 장르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우스 프로듀서 DJ 마 비스타(Mar Vista)가 깔끔한 사운드로 세련되게 편곡한 '10억뷰'는 하우스 장르를 사랑하는 리스너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빼곡하게 채워넣은 클래식 M1 피아노 사운드와 함께 노련하게 곡을 구성하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그레이, 차 차 말론, 보이콜드 등 화려한 프로듀서진으로 이목을 끌었던 전작 'Produced by [ ] Part 1'에 이어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 '얼음과 불의 노래'는 무려 그루비룸(GroovyRoom)이다. 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라고 봐도 무방한 그루비룸의 이름은 온리원오브의 신곡을 기대에 부푼 채 재생케 하는데, 아쉽게도 이름값에 비해 결과물은 무색무취하다. 퓨처 베이스 신스와 피아노를 활용한 사운드는 특기할 구석이 없이 평범하고, '빵' 터뜨려 줘야 하는 코러스에서도 맥없이 타이밍을 놓쳐 버린다. 보컬 찹이 이끄는 드랍도 흐릿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K-POP 씬에서는 꽤나 오랜만에 듣는 듯한 정통 트로피컬 하우스 넘버. 다소 유행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스테디셀러 장르인 만큼 몽글몽글한 마림바로 본전치기 서머송을 만들어 내기는 쉽다. 허나 프리코러스에서 다소 억지스럽게 낙차를 만들어내는 어색한 신스 사용에 이어 이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전자음을 트로피컬 하우스의 문법에 충실해야 할 드랍에도 끼워 넣으니 청량하기는 커녕 귀만 아프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두아 리파(Dua Lipa) 등 다양한 팝 스타들과 협업해 온 바 있는 블랙핑크지만, 그 결과물은 대부분 평이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에 버금가는 거물급 스타인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콜라보한 이번 싱글 'Ice Cream'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키치한 질감의 비트 자체는 나름 매력 있으나, 그 위에 얹히는 멜로디가 엉망이다. 프리코러스 없이 벌스-코러스-벌스-코러스의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Ice Cream'의 코러스는 후렴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선율의 힘이 빈약하다. 탄탄한 리사의 랩은 그나마 곡에 활기를 불어넣으나, 조악한 멜로디와 프로듀싱의 민낯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전작 'How You Like That'과 마찬가지로, 곡의 만듦새가 다소 아쉬운 정도를 넘어 '미완성품' 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악하고 공허한 것은 분명 문제다. 애써 초빙한 셀레나 고메즈 역시 전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Ice Cream'에는 블랙핑크도 셀레나 고메즈도 없다. 추후 발매될 그녀들의 정규 앨범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라이엇 게임즈의 세계적인 히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가상 그룹인 K/DA가 K-POP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온 것은 (여자)아이들의 소연과 미연이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삼 K-POP의 세계화를 체감하게 하는 K/DA의 신곡 'THE BADDEST'는 무거운 워블 베이스로 분위기를 돋구며 파워풀한 비트로 텐션을 하드하게 이끌어 나간다. 아마 기대가 가장 집중될 전소연의 랩 퍼포먼스는 준수한 수준이나 한국어 랩으로 전환되며 다소 헐거워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오히려 전소연보다 돋보이는 것은 프리코러스를 맡은 미연의 보컬이다. 4마디에 불과한 짧은 파트지만 미연의 부드럽고 유니크한 보이스는 신스의 공간감 넘치는 전환과 더불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곡 자체의 완성도는 평이해 따로 특기할 부분을 찾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