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 유아, 마마무 외 6곡
장우혁 - HE
유아(오마이걸) - 숲의 아이
태민 - Criminal
김남주(에이핑크) - Bird
핫펠트 - 라 루나
마마무 - WANNA BE MYSELF
단연코, 현재 K-POP 씬에서 태민을 대체할 수 있는 솔로 가수는 없다.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Never Gonna Dance Again: Act 1>의 타이틀곡 'Criminal'은 그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한다. 태민의 나긋한 보컬로 시작되는 곡은 중심 멜로디를 알뜰하게 활용하며 태민의 시그니처 사운드와도 같은 비장한 베이스와 리듬을 펼쳐 놓는데, 전작 'WANT'와는 달리 명확한 멜로디 덕분에 곡의 인상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뉴트로풍의 신스가 자글대며 뿌려지면 고혹적인 태민의 가성이 리드미컬하게 치고 들어오는 코러스의 파괴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브릿지에서 보컬 애드립을 터뜨리며 마지막으로 텐션을 폭발시키는 전개는 곡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이끌어 간다. 이런 곡을 이 정도로 소화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현재 태민 이외엔 누가 있을까 싶다. 작정하고 내달리는 드라마틱한 프로듀싱은 'Criminal'뿐만 아니라 동 앨범의 수록곡들에서도 빼어난 완성도로 발견된다. 'Just Me And You', '일식 (Black Rose)' 등 올해 최고 수준의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앨범이니, 타이틀곡만 감상하고 끝내기보단 앨범 전체재생 버튼을 누르시기를.
H.O.T 출신의 장우혁이 근 1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싱글. 내심 드는 촌스러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세련된 보컬 찹을 활용해 트랩 힙합이라는 놀라운 도전을 시도했다. 비록 데뷔가 20년 전 아티스트인 만큼 다소 어색한 감은 지울 수 없지만, 곡 자체의 만듦새는 꽤나 매끈한 편. '트렌디'해지고 싶었던 OB의 준수한 결과물이다.
드디어 K-POP이 월드뮤직 장르까지 바운더리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오마이걸 유아의 솔로 데뷔 싱글 '숲의 아이'는 K-POP 곡이라기보다는 '정글북'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뮤지컬 넘버처럼 느껴지는데, 퍼포먼스용 트랙임을 감안해도 멜로디가 너무 단조로운 감이 있다. 유아의 청아한 보이스와 파격적인 콘셉트가 없었다면 곡 자체가 심하게 무미건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름 토속적인 느낌을 주려 넣은 백그라운드 보컬 역시 콘셉트 강화에만 도움을 줄 뿐 선율 자체의 매력은 부족하다. 비트 역시 크게 굴곡이 없다 보니 지루함을 덜어 주지 못한다. 사실 유아가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느낌이 있어 부족한 체급을 과감한 콘셉트로 극복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이나, 무대를 제외한 음악 자체로는 여전히 밍밍하기만 하다. 생소한 월드뮤직 장르를 채택하고, 무대에서는 그 흔한 '엔딩요정'마저도 없이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백댄서들 뒤로 모습을 감추는 등 K-POP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파격적인 요소를 도입한 실험성은 높게 산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프로듀싱한 'Bird'. 김남주가 에이핑크를 벗어난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와닿지는 않으나, 곡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다. 짜임새 있게 구성된 벌스와 기타를 활용해 여유로운 무드를 만들어내는 프리코러스를 지나 'Because 1 2 3, I'm a bird' 라는 흡입력 넘치는 훅과 함께 신비한 플루트 드랍이 등장한다. 브릿지의 가성 보컬도 매혹적이다. 확실한 파괴력을 지닌 드랍뿐만 아니라 각 파트가 짜임새 있게 프로듀싱된 'Bird'는 프로듀서 전소연의 본업인 (여자)아이들의 곡보다도 뛰어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우수한 완성도를 보여 준다. 보이스의 개성은 뛰어나지 않지만, 적어도 곡의 포인트를 잘 살려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김남주의 보컬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2020년 버전의 '벌써 12시'는 바로 이 곡이다.
핫펠트의 개성적인 보이스가 돋보이는 '라 루나'는 레게풍의 기타로 소박하게 곡을 이끌어 나간다. 멜로디 역시 꽤나 캐치하나, 문제는 곡이 너무 단조롭다는 데 있다. 큰 변화 없이 3분 30초 내내 비슷한 사운드를 이어 나가고, 지루함을 덜어 주어야 할 드랍은 너무나도 빈약해 드랍보다는 심심한 간주처럼 느껴진다. 사실 매일매일 자극적인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 K-POP 씬에서 여유롭고 느릿한 레게 장르를 가져오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예술영화를 개봉하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기는 하나, 효린의 'Say My Name' 처럼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아티스트도 있으니 변명은 어려운 일이다.
평범한 디스코 곡인가 했더니 벌스에서 갑자기 애절한 바이올린이 등장한다. 프리코러스에서는 서정적인 피아노로 곡을 이끌어 가더니, 코러스에서는 통통거리는 레트로 신스를 투입한다. 브릿지에서는 하우스풍의 도도한 베이스까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곡을 다채로운 악기 활용을 통해 톡톡 튀는 재미있는 곡으로 만들었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멜로디 자체도 상당히 캐치하며, 이를 노련하게 소화해 내는 마마무 멤버들의 수려한 보컬 퍼포먼스 덕분에 곡의 맛이 완전히 살아 난다. '안다르' 브랜드의 CM송으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울 정도의 완성도다. 지난 11월 'HIP' 이후로 음악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마마무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