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슈퍼주니어-D&E 외 2곡
SUPER JUNIOR-D&E - No Love
BLACKPINK - Lovesick Girls
데뷔 16년차 아이돌의 곡이라기엔 'No Love'는 믿을 수 없이 감각적이다. 지난 9월 발매된 'B.A.D'에 이어 리패키지 앨범으로 돌아온 슈퍼주니어-D&E(동해, 은혁)의 음악은 단순히 연차 쌓인 아이돌의 심심풀이 유닛 콘텐츠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만듦새를 보여 준다.
퇴폐적이고 어두운 신스로 포문을 열고 스윙 스네어가 몸이 들썩이는 리듬을 구축한 후, K-POP에서는 오랜만에 듣는 듯한 플럭 신스가 보컬의 빈틈을 적절히 치고 빠지며 트랙을 꽉꽉 채운다. 코러스 멜로디 자체에 큰 임팩트는 없어 아쉽지만, 변화무쌍하게 파고들어오는 스타일리시한 질감의 사운드는 'No Love'와 슈퍼주니어-D&E의 이름을 K-POP 리스너들 사이에 다시금 또렷이 각인시킨다.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받던 '뽕끼'는 확실히 빠졌다. 영미권 메인스트림 팝에서 익히 들어본 듯한 질감의 기타 리프가 곡을 이끌어 가다 후렴에서는 강한 비트의 EDM 사운드로 전환되는 'Lovesick Girls'는 주로 비트 중심의 음악을 해 왔던 블랙핑크가 '마지막처럼' 이후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선율 중심의 트랙이라는 점만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인상적인 점은 어디까지나 그것뿐. 유니즌 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이외에 트랙 자체는 지극히 평이하며 멜로디나 사운드나 특기할 지점이 단 하나도 없다. 작곡에 참여한 유명 DJ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영향이 묻어나는 사운드 디자인은 2010년대 초중반 유행하던 EDM 팝의 흔한 복제다. 데이비드 게타 본인도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과거의 이름값만 남은 마당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케샤(Kesha) 등 고릿적 팝스타들의 잔상만을 남기는 'Lovesick Girls'에 블랙핑크의 존재감은 없다. 진부하고 따분하다. 팬덤은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도 음악은 여전히 우물 안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