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원정대, 골든차일드, 우주소녀 쪼꼬미 외 7곡
SF9 - 손잡아 줄게
위아이 - TWILIGHT
골든차일드 - Pump It Up
우주소녀 쪼꼬미 - 흥칫뿡
위키미키 - COOL
던 - 던디리던
환불원정대 - DON'T TOUCH ME
중독적인 보컬 샘플과 베이스가 인상적인 'Pump It Up'은 K-POP에서 요구되는 '청량함'을 정석적으로 충족시킨 기분좋은 트랙이다. 통통 튀는 비트, 풍부하게 채워 넣은 화성, 에너제틱한 보컬까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히트 메이커 MosPick의 손길이 닿은 만큼 감각적이다. 허나 '네가 좋다'고 평면적으로 어필하는 가사부터 역동적인 음악까지 초창기 세븐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지라 그 그림자를 벗겨낼 수 있는 충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숙제다.
청아한 피아노가 서정적인 무드를 조성하며 중간중간 보컬 찹이나 기타로 사운드를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손잡아 줄게'는 SF9의 팬덤 판타지(FANTASY)를 위한 팬송치고 그 만듦새가 썩 그럴듯하다. 멜로디가 크게 캐치하지는 않고 랩 퍼포먼스가 다소 조악한 것은 아쉽지만, 청명한 질감의 피아노와 드라마틱한 전개는 청자를 성공적으로 곡에 몰입시킨다.
Mnet '프로듀스 X 101'의 우승자 김요한이 소속된 그룹 유아이의 데뷔작. 산뜻한 피아노와 휘파람으로 포문을 여는 'TWILIGHT'은 작곡에 참여한 펜타곤의 후이와 플로우 블로우(Flow Blow)의 색깔이 상쾌하게 묻어나는 트랙이다. 그러나 상큼한 사운드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멜로디의 힘은 매우 미약하다. 굴곡 없이 흘러가는 3분 20초는 위아이라는 이름을 뇌리에 새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인 그룹의 야심찬 에너지보다는 펜타곤 '청개구리'의 평면적인 답습만이 느껴지는 아쉬운 데뷔 싱글.
애프터스쿨의 나나, 리지, 레이나로 이루어진 유닛 오렌지캬라멜은 성숙한 비주얼의 애프터스쿨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촌스럽고 복고적인 B급 콘셉트로 연이어 흥행을 기록하며, '본 그룹보다 성공한 유닛'이라는 기상천외한 이명을 얻게 되었다. 이후 이들의 성공 공식을 답습한 레인보우 픽시, AOA 크림, 구구단 오구오구 등의 온갖 걸그룹 유닛이 난립했으나 전부 안 하느니만 못한 실패로 남았을 뿐, 오렌지캬라멜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온 유닛은 전무했다. 그나마 오마이걸 반하나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노골적인 유아적 콘셉트를 들고 나와 절반은 노이즈 마케팅, 절반은 밈(meme)에 가까운 형태로 이름을 알렸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연예 기획사들은 앞선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유닛이라는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등장한 참담한 결과물, 우주소녀 쪼꼬미의 '흥칫뿡'은 적어도 콘셉트에 차별화를 주려고 했던 선배 유닛들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오렌지캬라멜을 빼닮았다. 투박한 전자음부터 '뽕끼' 넘치는 멜로디까지, 오마주보다는 카피에 가까운 유사성이다. 2010년대 초반의 K-POP을 연상시키는 지극히 단순화된 후렴을 듣고 있자면 이 노래가 소녀시대 'Oh', 원더걸스 'Tell Me'와 같은 평면적인 후크송이 유행할 무렵부터 창고 안에서 먼지 쌓여 가다가 뒤늦게 2020년에 꺼내어진 게 아닌가 의심된다. K-POP 작곡가들에게 이런 곡을 쓸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니, 역시 10년이 지나도 강산은 변하지 않나 보다.
청량하고 가벼운 EDM 기반의 댄스 넘버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온 위키미키였지만, 'COOL'은 상대적으로 더 무겁고 강렬하다. 곡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읊조리는 랩은 제목 그대로 '쿨'해 보이려 한껏 노력하는 모습이나 랩 퍼포먼스가 한참 부족한 탓에 쿨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그루비한 리듬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코러스 사운드의 만듦새는 준수하나 위키미키의 장점이었던 캐치한 훅 메이킹은 온데간데 없고 비트에 얹혀 가는 듯 후렴 멜로디가 흐릿해 전체적으로는 아쉬움만을 남긴다. 오직 변화를 위해서만 변화를 꾀한 듯한 뻔한 싱글.
그가 보이그룹 펜타곤의 멤버였을 시절 같은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선배인 현아와의 열애를 인정하며 과감히 그룹을 탈퇴하고 싸이의 기획사인 피네이션으로 이적해 솔로로 재데뷔하는 보기 드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던(DAWN)은 좋든 싫든 눈길이 가는 인물이다.
허나 그가 본격적으로 내놓은 첫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던디리던'은 던이라는 인물의 천부적인 스타성과 이슈메이커적인 기질을 뒷받침하기엔 다소 심심하다. 심플한 휘파람 리프에 진하게 깔리는 808 베이스는 미니멀한 드럼 비트와 맞물려 긴장을 자아내지만, 좀처럼 사운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진행하는 까닭에 지루함을 감출 수 없다. 캐치하지 못한 훅과 밋밋한 사운드 탓에 후렴이 후렴인지도 모른 채 2절 벌스가 시작되어 더욱 인상은 흐릿해진다.
그러나 2절이 종료된 후 래퍼 제시(Jessi)가 카디 비(Cardi B)를 연상시키는 차진 톤으로 등장할 때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뭄바톤 리듬으로의 변주와 함께 능숙하게 그루브를 이끄는 제시의 피처링은 비록 랩 디자인 자체는 일차원적이나 성공적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며 단번에 청자를 몰입시킨다.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단조로워 보였던 던의 훅도 뭄바톤 리듬 위에서는 차지게 달라붙는다. 마지막 1분을 위해 앞의 2분 20초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싱글.
싹쓰리는 누가 뭐래도 2020년 한국 가요계를 말 그대로 '싹 쓸어' 놓은 최고의 흥행 상품이었다. 이에 아직 만족하지 못한 것인지 MBC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또다른 프로젝트 그룹을 출범시켰고, 잘못된 상품을 사도 우물쭈물대지 않고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할 수 있을 듯 보이는 '쎈 언니'들-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이루어진 '환불원정대'가 그 주인공이다.
린다G(이효리), 유두래곤(유재석), 비룡(비) 세 명의 캐릭터성을 고루 조명하며 유쾌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싹쓰리와는 달리,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는 음악은 둘째치고 각 캐릭터들의 인상마저 희미하다. 엄정화와 이효리는 평이한 가창으로 일관하며, 독특한 보이스의 제시는 분량 자체가 적은 탓에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나마 화사가 훅 '자꾸 건드리네 don't touch me'를 감각적으로 소화하며 긍정적인 지점을 남길 뿐이다. 이에 더해 다소 철 지난 질감의 신스를 사용한 EDM 드랍에서는 매력을 찾아볼 수 없으며 코러스 역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최고급 재료를 가지고 인스턴트 요리를 만든 듯한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