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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빈 Nov 04. 2020

2020년 10월 4주차 K-POP 리뷰

트와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송민호 외 7곡

[2020년 10월 4주차]

트와이스 - I CAN'T STOP ME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MINO - 도망가
CIX - 정글
CL - +HWA+
K/DA - MORE
DRIPPIN - Nostalgia


* 리스트는 발매일 순입니다.




Weekly Pick!

CIX(씨아이엑스), '정글' : 7.4


 C9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보이그룹 CIX(씨아이엑스)의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정글 (Jungle)'은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는 강렬하고 정신없는 뻔한 EDM 사운드가 절로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벌스에서는 차분한 피아노 하나로 느릿하게 곡을 이끌어가고, 후렴까지 가라앉은 톤의 악기들로 미니멀하게 트랙을 구성한다. 축축하고 끈적이는 정글의 습지를 지나는 듯한 1절이 지나면 비장하게 정제된 신디사이저 드랍이 방점을 찍는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른 채 무작정 악기들을 최대한 많이 버무려 넣는 최근 보이그룹 음악의 경향성을 거슬러, CIX는 과감한 '빼기'를 통해 절제의 미학을 보여 준다. 2020년 보이그룹 씬에서 가장 성공적인 '덧셈'의 미학은 스트레이키즈의 '神메뉴'라면 '뺄셈'의 미학은 바로 이 '정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트와이스, 'I CAN'T STOP ME' : 7.3


 노스탤지어적인 신스웨이브 사운드를 앞세워 트와이스마저 뉴트로 열풍에 올라탔다. 대형 기획사답게 제대로 장르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깔끔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음악적으로 거의 비슷한 에버글로우의 'LA DI DA'와 비교하면 'I CAN'T STOP ME' 쪽이 판정승이다. 트와이스라는 팀의 체급치고 후렴의 파괴력이 다소 모자란 느낌은 있지만 지효의 파워풀한 보컬이 멜로디를 맛깔나게 살려 낸다. 무거운 톤 때문에 상큼한 트와이스의 콘셉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보컬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온 그녀였지만, 정작 트와이스가 성숙한 음악을 시도하기 시작하는 지금 구원투수가 된 것은 바로 지효다. 지효의 탄탄한 보컬에 군더더기 없이 장르에 충실한 웰메이드 트랙이 합쳐지니 그 결과물은 아쉬움 없이 만족스럽다.



TXT,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 6.6


 요즘 다들 한 번씩은 발을 담궈 보는 듯한 디스코 장르에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참전했다. 감각적인 베이스 기타와 함께 댄서블한 리듬이 깔리면 절로 몸이 들썩인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와 같은 전작들에 비추어 보아도 TXT의 음악은 언제나 사운드 면에서는 흠잡을 구석 없이 깔끔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허나 짜임새 있는 사운드에 비해 선율의 힘은 상대적으로 미약해 하나의 곡으로서 호소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번 싱글 역시 전작들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트랙으로, 깔끔한 악기 구성에 비해 보컬의 인상은 흐릿하다. TXT가 앞으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사견을 덧붙이자면, 제목이 갈수록 너무 과도하게 길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MINO, '도망가' : 6.3


 Mnet <쇼미더머니4> 준우승 이후로, 래퍼 송민호(MINO)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허나 몇 개의 피처링 벌스를 제외하면 그는 유의미한 솔로 작업물을 내놓지 못했고, 첫 번째 미니앨범 [XX]는 대중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래퍼로서의 송민호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 의견을 의식이라도 한 듯 그는 컴백 싱글 '도망가'에서 화려한 랩 스킬을 여과 없이 선보이는데, 특유의 능글맞은 보이스로 타이트하게 랩을 뱉는 1절의 벌스는 그의 감각이 아직 살아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나 곡의 감성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는 느닷없는 속사포 랩 파트나 '가가가' 후렴을 제외하면 상당히 유연하게 곡을 이끌어 나감에도 불구하고 곡의 길이가 과도하게 짧아(2분 25초) 어딘가 부족한 듯한 뒷맛을 남긴다. 2분은 송민호의 번뜩이는 재치를 온전히 다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CL, '+HWA+' : 5.5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탈 YG'를 이루고 발매한 미니앨범 '사랑의 이름으로'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다시금 입증해 보였던 CL. 그러나 거의 1년만에 내놓은 싱글 '+HWA+'는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완성도가 미흡하다. 특별할 것 없는 트랩 비트 위로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랩이 지나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차용한 훅은 진부하다. 더 재미있는 레퍼런스를 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CL의 새 싱글은 아직 2NE1 시절의 음악에 머물러 있는 듯한 실망을 안긴다.



K/DA, 'MORE' : 6.1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들로 구성된 음악계의 가상 슈퍼그룹 K/DA(여자)아이들 소연 미연이 참여하며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데뷔곡 'POP/STARS'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주로 거칠고 하드한 EDM 장르의 음악을 지향하는 팀인데, 새로운 싱글 'MORE'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운드나 멜로디나 전작과 비교해 크게 우위인 면이 보이지 않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도입부를 장식하는 전소연의 랩은 빛을 발한다. 비트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타이트한 래핑을 선보이는 그녀의 랩 퍼포먼스는 지금까지 이 정도의 랩을 보여 준 걸그룹 멤버가 존재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우수하다. K/DA라는 그룹보다는 전소연 개인에 대한 기대감만 더 커지게 한 싱글 'MORE'다.



DRIPPIN, 'Nostalgia' : 6.7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신예 보이 그룹 DRIPPIN(드리핀)의 데뷔 싱글 'Nostalgia'는 많은 보이 그룹이 그러하듯 펑키한 기타와 현란한 전자음을 베이스로 파워풀한 트랙을 엮어 낸다. 사운드나 구성 면에서 요즘 K-POP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보이그룹들의 음악과 차별화될 요소는 전무하나 '아이돌 명가' 울림엔터테인먼트답게 비슷한 소스로도 보다 감각적이고 정돈된 곡을 요리해내는 노련한 프로듀싱은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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