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갓세븐, 우아 외 5곡
NCT U - 90's Love
갓세븐 - Breath
우아 - Bad Girl
퍼플키스 - My Heart Skip A Beat
이해인 - Santa Lullaby
'90's Love'라는 제목과, 하키복을 입은 NCT 멤버들의 뮤직비디오 썸네일에서부터 이번 트랙의 음악색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올드스쿨 힙합 풍의 금관악기가 솔#을 연발하며 힘차게 치고 들어오는 도입부는 그 예측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너무나 뻔한 시작에 실망했다면, 당신은 이것이 NCT의 음악이라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인트로가 끝나고 돌연히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리프가 등장함과 동시에 클리셰적인 인상은 단번에 뒤집어진다. 지극히 NCT답다.
고작 8초라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이 대반전은 이달의 소녀 'Why Not?' 후렴의 키체인지 이후로 올해 가장 강렬한 놀라움이 아니었나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건만, 어쩐지 등줄기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손에 땀을 쥐는 몰입에 빠져든다. 90년대 힙합을 트렌드에 적절하게 버무린 감각적인 비트 위에 벌스와 후렴을 균형 있게 엮어 넣는 절묘한 프로듀싱의 힘이다.
취향의 여부와는 별개로, NCT가 국내 아이돌 그룹 중 가장 예측불허의 음악을 내놓는 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이 택하는 샘플은 언제나 독특하고 곡의 전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이 흐른다. 의심의 여지 없이 '네오'라는 칭호를 소유할 자격을 충분히 갖춘 팀이라 할 수 있겠다. '90's Love'는 뻔한 콘셉트를 뻔하지 않게 풀어낸 뉴트로 시대의 수작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했던 독보적인 창의성을 재차 입증해 보이는 우수한 트랙이다.
정규 4집 [Breath of Love: Last Piece]의 선공개 곡인 'Breath'는 갓세븐이라는 팀이 가진 청량한 이미지를 다시금 굳건하게 다진다. 간지러운 휘파람 소리와 피아노가 맞물리는 세련된 비트가 시원시원한 멤버들의 보컬에 착착 달라붙는다. '넌 날 숨쉬게 해'라는 후렴을 독특한 발음으로 스타일리시하게 가창하는 영재의 감각이 돋보인다. 7년차 아이돌의 노련미를 확인할 수 있는 깔끔한 선공개 싱글.
'내 맘대로 살 거야'를 표방하는 가사, 버라이어티한 구성, 유니즌 코러스의 적극적인 활용, 전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이스 등 많은 요소에서 ITZY(있지)의 'ICY'와 '달라달라'에 대한 레퍼런스가 엿보이는 곡이다. 허나 벌스에서의 힘없는 가창이나 브릿지의 당혹스러운 합창 탓에 걸크러쉬 콘셉트에 몰입되기보다는 어색함만이 남는다. 센스 있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는 일차원적인 가사 역시 아쉽다. 이 때문에 사운드나 멜로디 자체는 나름 준수함에도 불구하고 신인 걸그룹 우아의 'Bad Girl'은 유의미한 차별화에 실패한 채 ITZY의 곡들을 적당히 섞어 놓은 열화판이라는 인상에서 멈추고 말았다.
실력파 아이돌의 대명사 마마무(Mamamoo)가 소속된 RBW엔터테인먼트에서 6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 퍼플키스의 데뷔 싱글 'My Heart Skip A Beat'는 다이나믹한 변화를 거듭하는 예측불허의 구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특히 평이한 벌스를 지나 후렴에서 잔뜩 디스토션을 먹인 기타와 강렬한 비트가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는 반전이 주는 임팩트는 상당하다. 그러나 이 모든 아이디어들은 드림캐쳐(Dreamcatcher)가 'BOCA'에서 이미 시도한 바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실히 가져가야 할 신인 그룹인 퍼플키스라는 팀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드림캐쳐의 노래를 한 곡 더 들은 듯한 인상만이 남을 뿐이다.
<프로듀스 101>에서 <아이돌학교>에 이르기까지, 엠넷(Mnet)이 만들어낸 추악한 조작 스캔들의 직접적인 피해자 중 하나인 이해인이 오랜 기다림 끝에 그토록 염원한 데뷔의 꿈을 이루었다. 정식 데뷔 싱글이 아닌 이벤트격의 캐럴 송이라는 것은 아쉽지만, 흥행 보증수표 라이언 전을 비롯한 호화로운 작곡진이 빚어낸 따뜻하고 세련된 트랙이 아쉬움을 덜어 준다.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를 부족함 없이 소화해 내는 이해인의 보컬 역시 인상깊다. 단순한 이벤트 싱글로 치부하기에는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우수한 완성도를 지닌 곡이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보다 조금 이르게 발매되었지만, 충분히 연말까지 즐겨 들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