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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Jan 12. 2021

연애는 좀 이상하고

하다보면 질서가 생긴다

나는 마늘을 파스타에 넣을 거라고 썰던 그의 모습을 좋아했다.


여섯 살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뭐든 장난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페트병에 꽃을 뜯어와서 꽂아놓는 것과 놀이터의 흙으로 공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집 근처에는 약수터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기 때문에 자주 유채꽃, 코스모스 꽃을 페트병에 꽂아서 집에 나 두었다. 그리고 놀이터에 가서는 흙으로 공을 만들어 그 공을 누가 들고 가지 않게 미끄럼틀 뒤에 숨겨놓고는 했다. 그러나 시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아무도 손대지 않아도 그들은 앙상해졌다. 미끄럼틀 뒤에 있던 흙은 툭 손만 대도 부서졌다.


“왜 미안하다고 안 해?”

 “기분 나쁘게 한 거 그거는 아까도 미안하다고 했어. 근데 화나게 한 일은...... 다 다르게 살았던 다른 사람이잖아. 왜 그렇게 네 생각만 강요하는 건데.”

 “이건 100% 너 잘못이야.”     



 그가 시험에 합격하고 잘될수록 싸움은 좀 더 늘어났다. 가끔 너무 심한 말을 듣거나 혹은 내가 했을 때 마늘을 썰던 그 모습이 지워질까 겁났다.  붕어빵을 먹다가도, SNS를 하던 중에도 삐진 그와 싸웠다. 끝은 항상 헤어지자로 끝났다. 그럴 때마다 정확히 3일이 지난 뒤 ‘밥 먹자.’하고 먼저 연락을 하는 건 나였다. 지금의 애인이나, 그 앞의 애인이나 그 앞 앞의 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3일 동안은 운동화를 신고 한없이 걷는다. 그것조차 일상의 부분이 되었다.           









 연애를 시작 한지 한 달 안에 우리 집 강아지의 이름과, 택시기사에게 어떻게 말하면 우리 집에 올 수 있는지, 동네에 공원은 어디쯤 있고 몇 시에 문을 닫는지. 이런 것들을 그와 공유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과도 연애를 시작할 때 알려줘야 하는 것들은 비슷비슷하다. 나의 연애들은 4월에 시작해서 해를 한해 넘기고 그다음 해 강추위가 오기 전 헤어진다. 아무튼 끝은 스스로 앙상해져 버린다. 겨울 가지처럼. 자기들 스스로 툭 하고 부서져버린다.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좀 이상하다. 게다가 그 다양한 모습들의 연애가 결국 비슷한 결말이 난다는 것도 이상하다. 연애라는 것은 진짜 좀 이상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연애를 했던 그는 좀 특별해 보였지만 여느 남자와 똑같은 시기에 똑같이 헤어져버렸다.   


연애라는 것은

1. 좀 이상하고

2.하다보면 나름의 질서가 생긴다.           





(메인 사진은 네이버 스틸컷입니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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