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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Feb 23. 2021

폰 가게 3년 차

익숙해지지만 하기 싫은 것


 “아니, 진작에 이런 것들을 설명해줬으면 여기서 할부로 개통 안 했지. 내가 10만 원이나 현금을 줬는데 왜 할부로 개통을 한 거야 왜!”     


“아, 네. 그래서 할부금액은 모두 지원되는 금액입니다. 현금받은 부분은 당연히 할부에 넣지 않았어요.”     


 “다른 가게에서는 할부 개통이면 기기값 들어가는 거 없다고 했는데. 할부로 개통해놓고 기기값도 별도로 받고. 완전 사기꾼 아니야!”     


 “죄송합니다. 설명 다 드렸던 부분이고요. 개통 취소는 14일 이후에는 안됩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받은 현금 부분을 돌려주길 원하시면 돌려드리겠지만 할부 개통 취소는 안 됩니다. 고객센터 전화해보세요. 근데 고객센터에서도 별거 없을 거예요. 우리 가게에 전화하고 그쪽에서도 끝이에요.”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던 아저씨는 씩씩대면서 돌아갔다.      

“그래서 계속 얘기해봐. 전화 중간에 끊어서 미안. 그 남자가 어떻게 했다고?”

 “아, 걔랑 같이 술 먹는데 휴대폰을 슬쩍 봤거든 근데 대박...”     




 식육점 아저씨가 와서 중간에 끊었던 전화를 계속했다.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40분이나 더 듣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 멍하게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색색깔의 떡 앞에 무료하게 앉아있는 맞은편 떡집 아저씨가 보였다.


 언제부터인가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해 분석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이 사람은 나에게 돈을 달라는 걸까, 아니면 하소연이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냥 사과를 듣고 싶은 걸까.'


 원하는 걸 해주면 끝이 난다. 식육점 아저씨는 본인을 속인 것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 날 일을 마치고 시장 모퉁이에 있는 그 식육점으로 갔다.

 “갈빗살 10만 원어치만 주세요.”

나를 보자 눈동자는 흔들렸지만 쓱쓱 고기를 베어 저울을 담는 아저씨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확한 양의 고기를 주었다. 인사 값이 얹어진 정확한 양의 고기는 무거웠다. 나는 헷갈리게 판매를 하고 정확한 고기를 받았다.     



폰을 파는 세계는 금방 복구가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깨진 유리 조각이 붙여진다. 정책이 바뀌는 것은 다반사이고 개통 방법이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저녁에 판매한 게 아침에 가격이 바뀐다. 소급이 될 때도 있지만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침부터 고객에게 전화한다     

 “갑자기 가격이 바뀌어서요. 가격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어젯밤 그렇게 확신을 하며 판매를 하던 내 모습이 우스워진다. 저런 말도 계속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톤을 발견하게 된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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