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 보러 가자. 집 앞으로 나와."
스물한 살 때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자신의 친구와 별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 얘기를 한 친구는 같은 동아리 남자애였는데 그 당시 내 남자 친구의 친구였다. 그러니까 남자 친구는 그때 군대에 가버리고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와 밤 10시쯤 우리 집 앞으로 왔다. 누군가와 별을 보러 간 적은 없었지만, 집 계단으로 내려가 바깥으로 나오니 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별 보기 좋은 날씨였다. 겨울이었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따뜻한 밤이었다. 그 둘 중 내가 아는 그 애는 겨울 코트를, 모르는 한 명은 파카를 입고 있었고 나는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채였다.
그런데 그들은 검은 차 안이었다. 운전석에는 내가 아는 애가 앉아있었지만 나는 당연히 그 차가, 같이 온 친구의 차겠거니 생각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둘 중 누구라도 스물한 살이 그렇게 좋은 차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데. 게다가 왜인지 나는 내가 운전을 하기 전까지 누구나 면허가 있다면 운전을 잘할 거라는 알 수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믿음을 가지고서 벨트를 맸다. 그때까지 그 둘은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운전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찌 이익하고 무슨 소리가 났다. 나보다 더 놀란 운전석의 친구가 급하게 차를 세웠다. 확인해보니 회색 벽에 부딪혔는지 옆에 하얀 흠집이 나 있었다. 별 보러 가는 길이었지만 차를 돌려 늦게까지 하는 대형마트로 갔다. 거기서 차량 용품 판매대에 가서 검은 거로 색을 칠할 무언가를 샀다. 그곳에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그 텅 빈 주차장에서 날씨 좋은 날, 셋이서 (둘은 바라보기만 했지만 ) 열심히 차를 칠했다. 아마도 날씨가 좋아서 하늘만 쳐다봤더라면 금방 별을 보았을 텐데. 셋 중 아무도 하늘을 보지 않았다. 친구는 쪼그리고 앉아 칠하는 내내 걱정했다.
"아빠가 알면 난 이제 죽었어..."
그의 집 주차장에 그 친구는 차를 주차했고 그 주차장에서 우리 셋은 뿔뿔이 흩어졌다.
별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보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별을 못 봤지만 아빠 차를 몰래 끌고 나와 긁고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차를 색칠하던 그 친구를 봤고 텅 빈 마트 주차장을 보았다. 처음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눈에 들어오는 ‘처음의 것’들이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들이 어디에나 있었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던 그것들로 인해 이십 대를 채워갔다. 그것도 그것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아빠에게 혼이 났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죽지도 않고, 그날의 일은 전혀 떠올리지도 않은 채 잘 살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