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다가오는 의미를 찾기 위해 일단 먹어본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떤 일이 생각나면, 그 일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니까 발레를 배워야지 생각했다면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바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했다면 바로 학원으로 찾아간다. 별문제가 없다면 바로 등록하고 운동을 한다. 그러다가 그 운동이 나와 맞지 않거나 어떤 변수가 생긴다면 양도하던지 아니면 한 달만 다니고 연장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료를 찾기보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가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서 계속해서 생각이 바뀌는 걸 발견했다. (가끔은 차차 내 본심을 알아가기도?) 그 생각을 구경하는 게 또 남다른 재미이다. 가령 얼마 전에는 친한 동생의 권유로 폴댄스를 배우러 갔다. 예약을 하면서도 막연히 너무 체력이 딸려서 아마 이건 못할 거 같다는 생각 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못하는 것은 똑같았지만 이유가 달랐다. 그날, 체험수업이 끝나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폴댄스 어땠어요?”
“아.... 너무... 어지럽더라. 몇 바퀴 안 돌았는데도..”
“아?”
대답을 들은 그 동생의 의아함이 짧은 모음으로 단박에 전해졌다. 그녀는 폴댄스를 배우며 한 번도 어지러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엄청 재밌는데 왜 그걸 못 느끼냐며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통화를 끝냈다. 동생 말대로 그 엄청난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폴댄스를 등록하지 않았지만 그날 그 수업을 하며 많은 걸 보았다. 그 학원의 봉이 수십 개 매달린 그 공간, 살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고 입는 폴복, 그리고 매달린 각각의 그 자세.
‘그래. 내가 글을 쓰는 동안 누군가는 이렇게 등근육을 만들고, 폴에서 아름답게 돌고 이런 걸 연습하고 결국 해내고 하는구나.’
그다음 날 결국 어깨인지 팔인지 알이 배겨서 팔을 들 때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풍경을 되새기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 재미는 아니었지만 낮 1시 폴이 있는 공간에서 나 나름의 어떤 것을 찾기는 한 것이다.
연말이 다가와서 다이어리를 주문하려다가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를 다시 살펴보았다. 7월에서 6월, 6월에서 5월... 거꾸로 넘기다 보니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을 하는구나.’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필요한 것을 착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나와 34년을 살면서 그렇지 못함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준비과정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행동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브레이크를 초창기에 떼지 않으면 끝까지 잘 풀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를 지켜보니 여태 그랬다. 그래서 그걸 깨달은 뒤부터는 맞춤식으로 똥인지 된장인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모든 일은 직접 먹어보며(?) 하게 되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지만 그 결과 여러 가지 경험이 쌓였고 그 안에서 애초의 그 방향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걸 알아가면서 중간중간 계획을 수정하면서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영어공부를 좀 할까 봐.”
카톡을 보내 놓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영어 레벨테스트를 받았다는 둥 예약을 했다는 둥 나의 말을 듣는 사람들 중 일부는 나중에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그래?라고 묻는다. 혹은 지금 바쁜데 그걸 시작하면 끝까지 못할 거야.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중에, 그것은 행동해야만 오는 것이라는 말이 머리에 머무른다.
일단 움직인다. 그 나중에나 와서 발을 동동 구르더라도 아예 그 순간을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실패를 하며 원하는 걸 찾아 나선다.
check list
언제까지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기보다 실패를 찾아 나서라. 행동으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일이 풀리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어떤 것을 얻게 되기도 한다. 브레이크를 풀어라. 실패는 분명히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다. 실패 안에는 많은 가능성이 들어있다. 행동하라.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