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바라보는 기분

당연하지만 서글픈 것

by 김필영




얼마 전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야간 주라 깨서 오후 1시쯤 검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30분 정도 걸려서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하얀 꽃을 마주하고 죽은 사람의 이름이 적힌 글씨를 마주했다. 들어가서는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오전에 들렸으니 당연히 나오니 아직도 낮이었다. 낮이니까 당연히, 햇빛이 쏟아졌다.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운전하고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직도 밝을 수가 있지. 이상하네. 기분이.”

“저도 예전에 친한 사람 부모님 장례식장에 갔다가 나왔는데 비슷한 기분 느낀 적 있어요.”






마치 다른 통로를 지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날 나는 하얀 꽃을 보고 한번, 글씨를 보고 한번, 영정사진을 보고 한번, 너무 밝은 낮이라서 한번. 총 4번 정도 울었다. 하나씩 무언가를 알아차릴 때마다 어떤 의식처럼 눈물이 나왔다.








오후에는 마무리할 글이 있어서 혼자 집 근처 호텔의 책상에 앉아서 원고만 들여다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채. 어떤 사람과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꼬박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었고 그 검은 옷을 벗었다. 그리고 난 뒤부터 그 죽음에 대해 그날만큼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난다. 그 심각한 일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쥐고 있다가 언제부터 놓는 게 맞는 걸까. 한 사람의 죽음에서 슬퍼해야 하는 총양은 어디까지일까. 살아있는 나는 글도 쓰고 호텔도 가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한다. 이래도 되는지 저래도 되는지. 그렇지만 죽은 사람에 대해 산 사람이 하는 고민은 딱히 어떤 해결책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서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장례식장을 나오면서 쏟아졌던 햇빛처럼. 그들 역시 빛났고, 반짝반짝, 그 거리를 돌아다녔겠지. 이제 죽은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한다. 그들을 그 거리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무리 모두가 다 결국 죽는다고 해도,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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