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을 깨달은 10년
스무 살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술을 매일매일 마셨다. 그건 사실이지만 그러던 와중에도 종종 도서관에 갔다.
나와 사귀기 전까지 한 번도 도서관에 가지 않았던 그때 나의 남자 친구는 그냥 나를 따라왔고 나는 그 오래된 도서관을 좋아했다. 냄새가 좋았다. 그 도서관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30분을 걸어서라도 기어이 하루 걸러 허루 갔었던 곳이다. 지하에 식당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컵라면의 스프를 뜯으면 그 공간은 온통 스프의 냄새로 가득해졌다. 어둡고 습한 곳이었다. 술을 마시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문득 그 냄새가 떠오르면 나는 아르바이트의 휴무날 남자 친구와 함께 그 도서관에 갔다.
물론 그 도서관에서 라면은 꼭 먹고, 라면만 먹지는 않는다. 그곳에서는 그곳에 맞는 행동을 한다. 책을 읽고 가끔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날도 그런 날 중의 하루였다. (그 남자 친구와 만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어김없이 도서관에 갔고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에 나와서 오후 4시에 바로 맞은편에 있는 BBQ에 갔다는 것이다. 가기 전 물론 남자 친구와 실랑이가 있었다.
"너 어제도 술 마셨잖아."
어제도 술 마신 나는 그래도 또 그곳에서 맥주를 한잔 마셨고 그와 함께 닭다리를 뜯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몇 년 동안 그날을 수천번도 더 떠올렸다.
이제 나는 똑같이 라면스프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라면을 먹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도,
더 이상 오후 4시에 함께 닭다리를 뜯을 그 친구는 없다.
그 사실이 도저히 인정이 되지 않았다. 왜 어째서.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왜 그것을 내가 할 수 없는 거지.
그날의 풍경,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한 게 화가 났다.
지금은 십오 년 정도가 지났다. 내게 십 년 정도의 시간은 그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새벽이 가면 아침이 온다고?'
눈을 비비며 지나가는 새벽을 바라보았고 다가오는 아침을 보았다.
'진짜네.'
헤어지자고 말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태우지 않고 강한 엔진 소리를 내며 떠나는 차의 뒷모습도 한참 쳐다보았다.
'진짜 헤어졌네.'
갈 사람은 가고 새벽은 지나간다. 그리고 오후 4시, 그 닭다리를 뜯던 그날로는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고작 그것을 배운 10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10년 동안 뭐를 배웠으려나. 나는 오직 지나갔네의 반복이었다.
'어, 지나갔네. 진짜네.'
시간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앞을 향해서만 간다. 서글픈 일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간이 앞으로만 가기 때문이라서 아닐까.
그 누구도 '한번 더'를 할 수 없다. 이미 한번 더 무언가를 반복하고 있을 때면 공기가, 시간이, 모든 게 달라져있다. 모든 관계는 마음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변한다. 변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이곳에서 지금을 바라본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 그리고 지금의 내게 자연스럽고 바른 것은 뭔지. 어차피 지나갈 감정이지만 내게 머무르는 시간 동안 잘 인정해주고 잘 보내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