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초등학교에서 [무심한 듯 씩씩하게 ] 북콘서트에 갔을 때였다.
북콘서트를 한적은 몇 번 있었지만 보통 소규모였다. 내 책을 읽은 사람들과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번에 열렸던 초등학교에서의 북콘서트는 달랐다. 1층 강당의 의자가 초등교사와 학부모님들의 엉덩이로 가득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선생님들을 보면 무섭습니다. 학교 다닐 때 저는 공부도 못했고 교과서 사이에 소설책 끼워놓고 읽던 그런 학생이었거든요.”
실내는 웃음으로 채워졌다. 학부모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PPT를 발표했다. 주로 내가 얼마나 바보인 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면서 살아온 사람인지를 알리는 PPT였다. 그러다가 둘째를 낳고 글쓰기를 하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바뀌게 된 내 이야기를 먼저 했다.
처음에 말을 할 때에는 넓은 공간이 떨렸지만 떨릴수록 앉아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르자 공기가 안정되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고 말을 시작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내 기준에서는 잘하는 것이 없고 나만의 속도로 해야 한다.
책과 내 소개에 이어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할 수 있고 부모나 선생님께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노트와 펜을 꺼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은 있지만 초등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한적은 없다. 강연 직전에 초등 글쓰기 관련 책 10권을 읽었지만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작가로서의 내 소신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먼저 글쓰기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처럼 나라는 사람, 이 캐릭터의 능력치를 향상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 캐릭터를 움직이는 플레이어, 즉 나를 보는 나를 키우는 일이 글쓰기인데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아, 내가 이걸 못하고 이건 제시간에 할 수 있겠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고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불안함이나 화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글쓰기는 지식보다는 표현의 일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것은 과목으로 따지자면 국어보다는 미술이나 음악에 가까운 거죠. 아이들에게 문법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은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은 집을 짓는 걸로 친다면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 집의 뼈대를 구상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너무 문법적인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1시간 강연이 끝나고 모두들 내게 다가와서 사인을 받아갔고 사진을 같이 찍은 사람도 있었다. 네 잎 클로버를 선물해준 선생님도 있었고 "우리 애가 선생님과 똑같아요."라고 상담을 하는 분도 계셨다. 나는 그분 눈을 보며 듣는 사이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는데도 어느샌가 무슨 말을 내가 하고 있었다.
“뭐든 말이 중요하더라고요. 딸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이 담긴 좋은 말을 해주세요. 엄마의 말은 때로 아이에게 신념이 되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엄마의 의견이었을 뿐이었음을 알게 되면 다행인데 깨닫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좋은 씨앗을 마음에 심어주세요.”
(예전의 나는 우리는 바빠서 여유가 없다. 우리 형편에 대학교는 무리다. 글을 쓰면 먹고살지 못할 정도로 가난뱅이가 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엄마가 방을 닦으며 내게 매번 하던 말이었다. 그 외에도 많았다. 회사원이 최고이다. 화사한 게 최고지. 꼬박꼬박 월급 받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등등.)
나는 닭갈비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너무 비싸서 맛은 좋지만 다음에 또 시킬지 말지 망설 여진 다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카드값이 많이 나온 이야기를 적었다. 초등학생보다도 한참 못한 글로 시작했다. 일단 뭐든 좋다. 써보고 표현하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플레이어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북콘서트가 끝나고 내내 그 아이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아이는 글을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능력을 키울 것이다. (때때로 느리고 바보 같고 효율적이지 못한 시간관리를 할 수는 있지만.)
계속 글을 쓴다면 누구보다 자신의 괜찮음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heck list
바보 같을수록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면 그 바보 같음 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 있게 된다. 불안할 때 불안에 대해서 쓰면 불안 안이 아닌 역시 바깥에서 불안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 괜찮지 않음에 대해 쓴다면 괜찮지 않음 밖에서 괜찮지 않음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는 괜찮아질 것이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