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에서 바로 옷을 꺼내서 입는 사람도 있대요."

관찰자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얻는 것

by 김필영




글쓰기 수업이 연이어 종강을 했다. 이때다 싶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분양을 할 때 만났던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났다.


파란색 줄무늬 셔츠와 린넨바지를 입은 그녀는 전화 통화를 하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넓어진 땀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그녀의 옷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가 익숙해서 한참을 티가 나지 않게 킁킁거리며 그 냄새를 맡았다. 정돈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냄새가 난다. 그녀가 어젯밤 어디에 있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알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옷을 아무렇게나 나 두고 밖을 전전할 때 그런 냄새가 났겠지. 악취도 아니고 맡기 불편한 냄새도 아니다. 그냥 그런 초라한 냄새. 맡으며 나의 그때를 떠올려보면 아침과 점심, 저녁 챙겨 먹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스스로 정한 원칙이 무너질 때 나는 냄새.


그리고 연달아 모임 두 군데를 다녀왔다. 모임에는 웬만하면 많이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모임이든 모임에서 주도하는 자는 보통 한두세 명 정도인데


“오늘은 어디서 볼까요.”라던지, "그럼 점심식사는 뭐로 할까요?"


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합의점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대부분은 그들의 의견대로 흘러간다. 그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줄 알면서도 그냥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모임에 처음에 나오다가 중간부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나는 예전부터 딱 그런 사람이었다.

모임 안에 잘 끼지를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있다가 결국에는 나가지 않는다. 그 모임에서 알게 된 누군가와 1대 1로 가까워질 일은 있지만 모임 자체에는 흥미를 잘 잃는 편이었다.

그 모임을 주도하는 몇몇은 그 안에서 파티도 기획하고 때에 따라 일주일에 1번인 모이을 번개모임으로 늘리기도 한다. 원하는 곳에서 점심이나 회식장소를 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다. 제일 그 모임을 사랑하고 잘 즐기는 부류이다. (그들이 얻는 것이야 아마 그들 스스로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


나는 어떤 모임으로 인해서 어딘가를 여행하는 경우, 그 여행 자체에 흥미를 가지지도 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이나 보고 싶은 걸 다수가 할 가능성도 적지만. (그런 것 자체가 많지도, 대중적이지도 않다.)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을 함으로써 전혀 색다른 풍경을 접한다.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을 듣기도 한다. 그게 내가 모임을 하며 얻는 가장 큰 것이다. 누군가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옆에서 얻는다.



가령 어제는 누가


“건조기에 옷을 바로 꺼내서 입는 사람도 있대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99퍼센트 건조기에서 옷을 바로 꺼내 입는다. 그래서 그것을 놀라워한다는 게 놀라웠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뒤엉켜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내게 새로운 관점을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고, 배우고 얻게 되었다.







아무튼, 그런 것이다. 사람을 잘 관찰하는 것이 원하는 점심식사를 편하게 하는 것보다 때로는 중요하다. 여전히 불편한 사람과 알밥을 먹는 것보다 나 혼자 라면을 먹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가끔은 (나라면 절대 메뉴로 선택하지 않았을) 알밥을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

관찰은 최고의 지능이라는 누구의 말은 내게 유효하다. 나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외부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는 사이 조금씩 나아진다.



아주 사소한, 피자를 주문하는 과정만 보아도 관찰자 시점으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대부분 조금씩 원하는 게 다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 거기서 나는 위안을 얻는다.



나만 바보가 아니었다.




check list

누군가를 만날 때 성급히 판단 내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으로 세심히 보자.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비합리적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한다. 나는 느리고,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화를 못 참고 누군가는 때때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다.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산다. 그러니까 어느 부분에서는 다들 멍청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