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잃어버린, 지금은 사라진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 사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 이야기는 공터에서 시작한다. 나는 실제로 그 공터에서 7살 때 귀신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귀신이 아니었으면 미친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는 깜깜한 공터에서 앉아있었고 빨간 입술을 하고 있었고, 나를 보고 웃었다.
글에서 주인공인 내가 그 공터를 찾아간다. 그 미친 여자 혹은 귀신을 지나가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나온다. 지우개도 나오고 자, 컴버스, 연필 이런 것들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한 명의 여자가 나온다. 초등학교 때 친했는데 어느 순간 멀어지게 되었던 일본어를 잘했던 여자애였다. 그녀가 나를 보며 무뚝뚝하게 지나간다. 그녀는 5학년 때 그 단발과 동그란 안경은 쓴 채고 나는 주름이 생긴 서른다섯이다. 그녀는 나를 스쳐 지나가고 계속 그렇게 지나가기만 했다. 그 공터 안을.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살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 귀신, 친구, 잃어버린 물건. 한때 내가 아꼈고 이해가지 않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있다.
가다 보니 삼겹살이 나왔다. 나는 동거녀가 있던 남자의 집에 삼겹살을 가지고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의 집에 있었던 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오직 핑크색 고기가 담긴 내가 들고 갔던 그 투명 비닐 봉지만 기억난다. 그때 구겨진 모습 그대로. 내가 손에 쥔 모습 그대로 그 공터 끝에 놓여있었다.
"이거 먹을래?"
내가 삼겹살을 흔들자 겸연쩍게 웃던 그의 모습. 그리고 그는 내게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했다. 무튼 그 집에 내 삼겹살을 나 두고 왔다. 누가 그 고기를 먹어치웠을까. 아마 그 고기를 그와 내가 먹었더라면 연애 비슷한 게 시작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삼겹살만이 덩그러니 그곳에 놓여있다. 그때 그 남자는 공터에 없고 삼겹살이 그곳에 있다.
해결되지 못한 기억들은 그 공터를 벗어나질 못한다.
애초에 귀신이었는지, 미친 여자인지 중요하지 않다. 내 안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그 공터에 살게 된다.
그러니까 아직도 나는, 동거녀가 있는 남자에 대해서는 이해를 했지만 그 삼겹살을 누가 먹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친구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나를 차갑게 스쳐 지나가던 순간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한때 소중했지만 갑자기 사라진 것들. 정확히 말하자면 갑자기는 아니고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서서히 멀어지게 된 것들.
그것들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이렇게 글을 쓰는 걸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원래의 크기로 원래의 위치로 갖다 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