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일등이자 꼴찌로 들어왔습니다.

결승점에 서면 들을 말

by 김필영


“요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해요.”



누군가의 속도가 부러워질 때면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 길에 그 사람과 나를 그리고 또 내가 아는 몇몇을 그리고 난 뒤 그 길에 있는 사람을 한 명씩 지운다. 그리고 그들에게 각각의 길을 그려준다.

그러면 그들은 내 세계에서는 사라진다. 내 길에는 나만 홀로 있다. 우두커니 서있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걷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길은 나만의 길이기에 누구를 앞지를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뒤처졌다는 기분을 느낄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내 속도로 걷는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행동과 말, 어떤 사소한 습관을 찾고 관찰하기를 좋아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또 그들을 내 길에서 지운다. 그리고 난 또 걷는다. 걷다가 또 누군가를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결승선에 서면 안내방송이 울려 퍼진다.




“어서 오세요. 당신은 꼴찌이자 일등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초등학교 때 쉬는 시간에 먹지 못한 우유를 가방에 넣어가면 가끔은 우유가 터져서 가방에 있는 교과서를 적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어떻게 넣었길래 우유곽이 터졌을까 의문이지만 그때의 나는 분기별로 우유곽이 가방 안에서 죽곤 했다.

책에 다 스며든 우유를 없애지 못하고 1년 내내 그 교과서를 들고 다니면 교과서에는 곰팡이가 생겼다. 페이지 옆에 까만 점점 곰팡이들. 그 특유의 시큼한 냄새.

혼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초등학생들의 가방을 보며 생각한다.

혹시 우유 곽이 터져서 상심하며 걷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릿속으로 그 초등학생이 걸어갈 길에 대해 생각한다.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지고 이내 혼자서 걸어갈 그 길.




일등이자 꼴찌가 될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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