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교수님의 세바시대학 첫 번째 수업이 얼마 전 있었다. 작가님은 수업이 시작되고 첫 번째로 자신이 이 수업을 할 자격이 얼마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세 가지로 말씀해주셨다.
첫째, 나는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작가와, 편집자가 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 잘 안다.
둘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셋째, 8년 전까지 내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 내내 글을 쓰는 우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이야기를 하실 때 주로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는 것은 습관인 듯해 보였다. 2시간 동안 한 네다섯 번의 첫째, 둘째, 셋째가 나왔다.
자격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대통령과의 일화를 말씀해주셨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대통령으로 인해 에이포 10장의 글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말씀해주신 게 제일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첫 번째 책이 나오게 된 것은 결국 처음 쓴 그 에이포 열 장 정도 되는 글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치면 종잣돈이랄까.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는 일이고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신 게 좋았다. 작가님이 쓰는 것은 주로 정보전달 글이지만 정보전달 글을 쓴다고 해도 글을 쓰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를 발견하고 치유, 용서, 화해, 정리를 하게 된다.
문학작품을 써야만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 모든 글쓰기는 나를 투영하는 그릇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왔다.
중반부쯤 ‘책을 위한 글’을 실제로 쓰려고 할 때 내가 평소에 읽은 책이나, 내가 해온 것에 관해 쓰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업 에세이가 인기가 많다. 요즘은 그냥 형식적으로 아는 것이 아닌 실제 어떤 직업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소소한 것들까지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가령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예전이면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업 정도로만 알아도 사람들은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에피소드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콘셉트가 뾰족하면 콘셉트로서는 좋지만 콘텐츠를 채우기는 힘들다고 말씀하신 것도 좋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처음 출간하는 분들은 글을 쓰기 전 콘셉트와 콘텐츠를 정하고 중간쯤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이면서도 결이 맞는 책으로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사람이 책을 쓸 자격이 있나요?'
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앞에도 한번 하시고 뒤에도 하셨다. 그만큼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오셨고 답답하셨나 보다. 안 유명할수록 책을 써야 하고 못쓸수록 책을 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작가님은 목소리가 커지고 눈이 반짝거리셨다.
다들 용기를 가지게 된 귀한 수업이었다.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글쓰기 수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수업을 통해 모두가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귀한 수업이었다. 글쓰기를 못한다고 죽은 사람은 없고 쓸수록 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 쓰자. 나만의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