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되면 이상하잖아

경찰공무원 시험에 3년동안 떨어진 이유

by 김필영

"글쓰기로 삶이 바뀌나요?"


라는 질문에 나는 바뀌었다고 대답한다.


"글쓰기는 꼭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에는 내게는 꼭 필요했다고 말한다. 사실은 모두가 나만큼 글쓰기를 통해 성장을 하고 삶이 바뀌고 꼭 필요한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히 내가 글쓰기는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뭐랄까. 용서, 사랑, 받아들임. 이런 것들을 맹목적으로 남들에게 추천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실 나는 바보였기에 글쓰기 효과를 빨리 체험하게 되었다. 사실 진짜 바보는 자책만 할 뿐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내게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바보다. 내가 그랬다. 막연히 엉망진창이라고는 생각했어도 어떤 부분이 정확히 어떻게 엉망진창인지는 알지 못했던.



그러다가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정말로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감정만 글로 쓴 게 아니라 내 하루를 처음에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내가 한 일도 기록했기에 아마 그 효과를 더 잘 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이 부분을 꼭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지금 와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웃음이 난다.


'아니 내가 잘되면 이상하잖아? 내가 잘 되면 정말로 큰일 날 사람이었네. 왜냐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전진했을 테니까.'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 분명히 아침에 와서 저녁까지 독서실에 박혀있었다. 물론 독서실에 있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유달리 열심히 하는 한두 명은 아니었다. 그래도 독서실장을 하며 독서실 청소를 해야 하기에 무튼 아침에 8시까지 와서 저녁에 11시까지 있었다. 적어도 아침에는 늦게 와도 저녁에는 10시 너머까지 독서실에 있었다. 이랬지만 3년 동안 시험을 치면서 나는 한 번도 한 과목을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회독을 돌리지 못했다. 3년 동안 1 회독을 못한 것이다. 그러니 합격하면 이상한 거 아닌가?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그렇게 공부해서는 합격할 수 없다. 지금은 그걸 안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정말 네가 떨어진 건 당연하다. 바보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나도 그 시간에 책상에 앉아있었고 공부를 했다. 그러니까 3년 내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을, 나무에서도 정말 하나의 어떤 흉터나, 나뭇가지만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성향은 글을 쓰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한다.)

무튼 그렇게 바보였기에 글쓰기를 하자 더 많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알지 못한 채 계획을 짰고 그리고 그 계획이 얼마나 성과랑 상관없는 계획들이었는지.

사실 글쓰기를 계속한다고 해서 모두 다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고 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냥 내면의 변화와는 별개로 나는 책한 권 내서 브랜딩의 도구로 활용할 거야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든 쓰면 분명히 깨닫게 된다. 내가 얼마나 전체를 잘 보게 되었는지. 모든 일을 할 때 이것은 적용된다. 그렇게 숲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와 할 수 없는 범위를 스스로 분류할 수 있게 되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을 실제로 했을 때 성취할 수 있게끔 계획을 짜게 된다. 사소한 일이더라도 성취하게 되면 이것이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 나와의 약속을 내가 계속 지킨다. 내 신용을 내가 높이고 그 높여진 신용을 스스로 느낀다. 선순환의 반복이다.

2023년 정말 열심히 보내야지가 아니라 2023년 분기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단위부터 이루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글쓰기를 하면 분명히 삶이 바뀐다. 나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고 그 일의 작은 성취를 할 수 있게 되어 성공하게 된다. 내가 나를 알게 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는 것과도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내게 맞는 길을 찾게 된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게임의 캐릭터가 아닌 게임 전체를 바라보는 플레이어 관점에서 캐릭터를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정말 오랫동안 캐릭터이면서 멈춰있는 캐릭터였다. 게임 안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멍하게 서서 배경, 숲이나 논 밭 혹은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캐릭터였다. 어떤 점수도 채우지 않는 멈춰있는 캐릭터. 글을 쓰면서 이제는 그 캐릭터를 바라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때로 멈춰있기도 하지만 내가 가는 길에서의 작은 성공을 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보는 보통 뭐든지 못한다. 반대로 뭔가를 잘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가 있지만. 글쓰기는 나를 모든 부분에서 약간씩 성장하게 만들었다. 의사결정, 다각도로 살펴보기, 나를 알기, 전체를 보기 이 모든 것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바보가 아닌 건가. 그건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과거의 나보다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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