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가까운 사람을 꼽자면 리나 대표님이다. 리나 대표님과는 세바시 글쓰기 FT로 만나게 되었는데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하다가 서로 가치관이 잘 맞아서 함께 글로 성장연구소까지 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논의할 일이 많다. 시시때때로 그녀는 내게 전화가 온다. 나는 밥 먹다가도 자다가도, 오늘처럼 가족과 어딘가를 가다가도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보통 제안하고 나는 의견을 말한다. 어제는 회의 도중에 서로 호칭을 대표님과 부대표님으로 하자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모르겠다. 그렇게 말했지만 항상
“자기야! 엄청난 걸 발견했어!”
라고 전화가 오는 건 리나 대표님인데. 나는 전화를 먼저 잘하지 않고 호칭을 생략할 때가 많으므로 이건 내가 유리한..
덕분에 최근 부대표와 자기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요즘같이 글 쓰는 사람들만 만나게 될 때에는 이런 호칭이 반갑고 귀엽다. 그쪽 길로 걸으면 모두 내게 작가님, 작가님 하며 좋은 말을 해준다. 내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가끔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몇 달에 한 번씩 빼먹지 않고 (굳이 전화해서) 예전에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오빠들이나 친구들을 만난다. 경찰이 되지 못했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입에서 나를 작가님이 아닌 필영아 하는 이름을 듣고, 내가 바보인 것을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
“근데 네가 쓴 거 진짜 책이던데?”
“아니 그럼 책이죠 뭐겠어요...”
“와, 진짜 그렇게 글을 글처럼 쓸 줄은 몰랐어 필영이가.”
뭔가 이런 어설픈 대화를 나누면 균형이 잡히는 기분이 든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다가 한 달에 한두 번은 고전독서모임 사람들을 만나서 열심히 고전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1920년대 미국의 상황, 우주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 아이들은 티니핑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외울 줄 안다고 나를 붙잡고 계속 그것을 자랑한다.
“엄마, 이건 핫 추핑, 이건 차나핑, 이건 똑똑 핑, 이건...”
그것을 듣다가 책을 펼친다. 문학과 자기 계발서를 번갈아 읽는다. 어느 쪽에서 중요한 주제는, 다른 쪽으로 가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주제가 된다. 회사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 주위의 회사원들 중에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공간이 거의 없는 친구들도 있다.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고 브랜딩을 전혀 하지 않는다. 어떤 가상공간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를 잘 다니고 저녁에는 운동을 가고 알차게 하루를 보낸다. 몇 년후에는 온라인에 자신의 입지가 없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강의들의 입김은 점점 내게 작아진다. 그렇다. 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혼자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면 힘들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내 균형을 어느 정도 되찾아준다. 애들 엄마들 중에 책 육아를 하는 엄마를 굳이 만나서 그림책이 인생에 아주 중요한 무언가라고 주장하는 엄마를 만난다.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엄마들과 나는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냥 그것을 느낀다. 아, 저렇게까지도 그림책에 진심일 수도 있구나. 그러고 집에 오면 우리 집이 어쩐지 달라 보인다.
또 일부러 몇 달에 한 번씩은 극 내향형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억지로 만나는 것은 아니고 내가 먼저 전화해서 만남을 정하는 정도. (어쩐지 그들은 나보다도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면 그들의 속도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데 거기서 또 뭔가. 그들만의 리그라고 해야 하나. 그 감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아,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외향적인 사람은 일부러 찾지 않는다. 이미 웬만한 모임에 그런 사람이 있다. 어느 정도 관계를 평소에 맺고 살아간다. (그들을 보는 게 사실 내가 모임에 가는 중요한 이유다.)
'엇, 야구모자잖아. 아, 저 모자를 저렇게... 저런 구두를 신으면 발이 아플 텐데. 신기도 하는구나. 저런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가 보다. 저번에도 신발만 바뀌었지 아주 큰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했었어. 액세서리를 좋아하는구나.'
외향인을 보며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균형은 이런 것이다. 내 세계 말고 세상에 열심히 사는 보통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관찰하는 것. 그러다 보면 그들은 모두 특별하고 새삼 사랑스럽다. 나는 균형을 잡는다. 맞다. 뭐든 그게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