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글쓰기 잘하고 못하고 가 어딨어요. 없어요. 그런 거. 글쓰기 수업 같은 거 전 안 들어요.”
라고 말을했던 사람 덕분이다. 그녀의 말처럼 글쓰기가 잘하고 못하고 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각자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도 밖에 치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누군가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다 활용해서 또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 누군가는 쓸쓸하고 깊은 연주를 하고 누군가는 밝고 경쾌한 연주를 한다.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렇지만 연주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고 꾸준히 연주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좋은 연주란 대개 누가 들어도 좋다고 느낀다. 연주 안에 들어있는 아름다움이란 각각이지만 '이 연주는 정말 아름다운데?'라고 느껴지는 연주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글쓰기 수업 역시 비슷한 의미로 진행하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고 하면서 나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보다는 누군가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꼬셔서(?) 함께 글도 쓰고 책도 내면 좋으니까.
글에는 몇 가지만 빠져도 정리정돈이 된다. 그리고 몇 가지가 생기면 아주 안정적인 글이 된다. 그것은 내가 가르치는 게 단어나 문장이 아닌 전체적인 글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내가 가진 틀을 어느 정도 틀이 있다는 것을 수업을 통해 깨닫게 된다면 조금 더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 자유로움으로 인해서 더 나은 글이 되기도 한다. (물론 더 나아졌다 나빠졌다. 이것은 나의 기준이기는 하다.)
또 지식적인 것을 둘째 치더라도 글쓰기수업시간에는 보통 (오프라인 시간에는) 글을 직접 쓰는 시간이 있고 온라인 수업에는 매주 한 개의 글을 써오는 과제가 있다. 그 과제에 피드백을 해드리고 전반적인 글쓰기 관련 내용을 수업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한다. 이런 수업이 딱히 학생들에게 해가 될 리는 없지 않을까. 글을 배울 수 있든 없든 다 같이 글에 대한 합평을 하고 혹은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어떤 이론적인 그 무엇보다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글쓰기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재확인을 한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군의 감각을 익히게 된다. 내가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 아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 지금 현재 내가 처한 상황 등등을 글로 풀어 내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게 된다. 주위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단어 등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곧 있을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내게 글쓰기수업이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온전히 나 임을 증명하는 시간.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기록하는 에세이를 쓰는 시간. 나는 거기에서 약간의 조정을 해주는 역할 뿐이지 글을 쓰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이다.
가장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글을 써오라고 하면 모두 각자 자신의 어떤 기억을 써온다.
아장아장 걸었더니 주변의 모두가 내게 박수를 쳤다 라던지, 햇빛이 살짝 들어오는 오후 2시에 사람이 얼마 없는 버스에 탔을 때라 던 지, 잘 익은 사과를 먹었을 때. 아이를 만났을 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에서 더 잘했고 못했고는 없다. 출산의 순간보다 사과를 먹는 순간이 더 행복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출산의 기억은 행복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로 곱게 저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가치라는 건 모두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무튼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 그리고 스스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 나는 글쓰기수업을 사랑한다. 내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눈으로 보는 게, 그리고 그들이 꾸준히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는 게 좋다. 과제로 낸 창작물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 같은 스토리덕후들은 그러니까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복에 겨운 일이기도 하다. 날 것 그대로의 살아있는 글을 만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들이 마지막 수업쯤 제출하는 글은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적당히 다듬어지고 적당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글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꼭 수업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이런 것은 필요한 거야 라는 확신이 생긴다.
글자가 채워지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을 만들고 문단이 하나의 글을 만든다. 글이 되는 순간 또 다른 형태의 모양을 가진다. 눈 코 입 다 합쳐져서 각자 자신의 글은 그만의 분위기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