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의만 하다가 올해 여름부터 다른 강의를 진행하는 교육 업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커뮤니케이션 양성과정과 기업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뒤 다양한 강의에 나가게 되었다. 글쓰기 강의를 할 때랑은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성과나 시간 관리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 즐거웠고 강의를 진행하면서 내가 얼마나 강의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아, 그런데 그 강의들이, 조금 글쓰기 강의와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이 어떤 부류의 돈이 나와서 진행을 하고 학습자들이 매우 듣고 싶어서 참여하는 건 아니라는 것.
글쓰기 강의는 그렇게 많이 수요가 있는 강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습자들이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신청한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를 하면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어준다. 최근까지 진행한 고등학교 수업에도 그랬다. 그런데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비즈니스매너, 이미지메이킹, 셀프리더십 같은 강의는 변화하고 싶은 사람들 보다 변화하라고 누군가가 듣게 하는(?) 혹은 들으면 학습자에게도 돈이 되거나 일하는 시간으로 인정이 되는 그런 강의였다.
“자, 지금부터 강의를 좀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학습자를 바라본다. 아무런 흥미가 없는 눈동자.
오늘은 활동지가 좀 많은데요. 매 시간마다 글쓰기 시간이 조금씩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렇게 청중을 바라본다. 어떤 날은 끄떡끄떡 온화한 미소를 날려준다. 그럼 성공. 그러나 어떤 날은 무표정, 어떤 날은 아주 화가 난 눈동자로 쏘아붙이는 사람도 만난다.
“무슨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럼 나는 다시 웃으며 얼른 말을 도로 집어넣는다. 하이고. 그렇죠? 그럼 쓰지는 않고 머릿속으로 우리 생각만 해볼게요. 그건 괜찮을까요?
그들이 다 적고 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나눠야 또 다양한 의견을 듣고 들은 것을 취합해서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해서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 나누기 전 몇 번을 이야기한다.
"자 오늘은 이걸 적고요. 함께 이야기 조금 나눠보도록 할 건데요. 괜찮으실까요?"
이쯤 되면 나도 내가 웃기다. 하하하. 괜찮으실까요? 그러게. 뭐가 그렇게 괜찮지 않겠냐. 이미 저분들은 이 2시간, 혹은 4시간 강의라는 걸 듣는다고 생각하고 왔는 걸. 그러나 입은 계속해서 부드러운, 부드럽다 못해서 말랑말랑한 말랑말랑하다 못해 허공에 흐트러지는 벚꽃 같은 그런 말들이 나온다.
이것만 하고 쉬는 시간 10분을 가지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오늘 강의는 5시에 마치는데 괜찮으실까요? 하하하하. 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실까요 수없이 외친 날 가방에는 학습자가 준 빼빼로와 요구르트, 초콜릿이 있다. 강의를 준 업체에서는 강의 평가가 좋다며 내게 듣기 좋은 말들을 해준다.
“강사님, 위촉장을 26일 날 저희 교육 업체에서 드리려고 해요. 너무 잘해주셔서요. 이제 OO교수에서 OO교수로 직함이 바뀌게 됩니다.” (직함일 뿐이다.)
하, 그 이야기를 듣자 쉴 새 없이 괜찮냐고 질문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날 밤, 친한 동료와 강의 스터디 시간을 정하다가 내가 보낸 카톡을 보고 또 웃음이 났다.
강사님, 혹시 번거로우시겠지만 영상 하나만 봐주실 수 있으세요?
강사님, 우리 스터디 시간 오후 10시로 오늘 앞당겨도 괜찮을까요?
강사님, 여쭤볼 이야기가 있는데요. 혹시 언제쯤 전화가 괜찮으실까요?
끝나지 않는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연말에 위촉장도 받고, 학습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위대한 강사 같은 것은 되지 못했지만 가방에는 그들이 나를 따라서 해 주었던 포스트잇에는 가득 글이 있고. 오늘은 한 업체에서 재섭외 문의도 들어왔다. 아마 나는 또 그곳에 가서 그들을 쳐다보며 하나씩 하나씩 괜찮은지 확인을 하겠지.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괜찮으세요의 최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조금 짜증 난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줄이려고 노력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전까지는 아마도 계속 강의하며 다음 단계 미리 알려주며 괜찮냐고 여쭤볼 건데 괜찮으실까요? 괜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