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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망하는 방법

by 김필영





오늘은 아침부터 친한 지인과 줌미팅을 했다. 그 분과 웃으며 2025년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작가로 돈 버는 걸로 삽질하는 시간을 10년으로 잡아놓았는데 10년 지났는데 혹시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망했다면.. 그냥 안정적인 일 하면서 지내려고 해요. 논술 학원이나 초등학교 독서학원 같은 거 있죠? 그런 일이 망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지금보다 마음은 편할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책이 가득 꽂혀있는 독서 학원을 그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았다.

내가 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하고 있는 사업체가 망하면 망하는 게 먼저다. 그럼 글로성장연구소가 망하면 된다. 더 정확히는 커뮤니티는 살아있고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 및 나작가프로젝트인 출간 컨설팅이 망하면 망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망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이다.


<글로성장연구소 수업과 컨설팅이 망하는 방법>

1. 글쓰기강의를 성의 없이 한다.

2. 출간기획 컨설팅이라고 해놓고 막상 연구원들이 출간에 모두 실패한다.

3. 수업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다.



세 가지를 모두 하면 글로성장연구소를 알고 있는 기존 분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홍보가 안되니 외부 유입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을 성의 없이 하는 건 정말 정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는 수업에 집착하고, 수업이 나 자신인 사람이라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한다. 두 번째, 모두 기획출간에 실패한다. 이것도 어렵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면 정말 조금만 다듬으면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 유능한 이들 덕분에 100% 실패도 어려울 듯하다.

수업 홍보를 스레드에서 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 하고 있는 스레드 소통을 멈춘다면 아마도 단톡방이나 수업에서 새로운 유입이 적어질 것이다.

이것도 어려운 게 나는 일과 상관없이 스레드를 한다. 스레드는 그냥 내 일기장인데 이것을 안 하면 망한다고 해도 아니 사실 망해도 스레드는 계속할 것 같다. 망한 이야기를 그곳에 남기겠지.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강의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




<강의가 망하는 방법>

1. 진행할 강의/진행한 강의에 대해서 아무 곳에서도 홍보를 하지 않는다.

2. 등록되어 있는 교육업체에서 탈퇴를 한다. 탈퇴가 어렵다면 더 이상 강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3. 들어온 강의를 대충대충 한다.

4. 세바시강연이나 세바시 글쓰기수업을 없애거나 내린다.




1번. 강의 홍보는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2번. 등록되어 있는 교육업체에서 더 이상 강의를 받지 않는다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은 그 업체에서 주는 강의가 글쓰기 강의가 아니라 셀프리더십, 비즈니스매너 쪽이라서 나 스스로는 어쩐지 부담이 덜하고 심지어 재밌기도 하기 때문이다. 3번은 심적으로 어렵고... 4번도 내 관할이 아니니 어렵다.





<작가로 망하는 방법>

1. 더 이상 저서를 출간하지 않는다.

2. 신문 연재를 그만둔다.


여기서 1번은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나는 글을 빨리 쓰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래도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차오른다. 여태까진 그랬다. 그럼 3년에 한 권씩은 내지 않을까. 2번은 신문사에서 그만두라고 하면 가능하나, 스스로는 칼럼을 처음 써보기도 했고 아직은 어렵지만 재밌는 일이라 그만두고 싶지 않다.






쭉 적어놓고 보니 내가 글쓰기로, 글쓰기와 관련된 일들로 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나는 돈을 투자해서 사업체를 차린 케이스가 아니라서 들어간 돈이 없어서 100원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망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글쓰기는 원래 돈을 벌 생각이 없어도 계속할 일이었다. 내 마음안정에 도움을 주고, 머리도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 (웃기겠지만 아이큐 두 자리인 사람으로서 글을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번 더 어필해 본다.)

강의는 내게 즐거움을 주고 또한 누군가가 주는 강의, 강연 의뢰는 내 권한이 아니므로 많이 받을 수도 적게 받을 수도 없는 영역이다.





생각보다 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즐겁고 기분 좋은 일들만 하더라도 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망하지 않는다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한 프로젝트 정도는 잘 되지 않더라도 내가 망하는 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아이들과 시간을 좀 더 길게 보내더라도 망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으려나.


정성껏 보냈다고 생각한 과거 5년이 올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늘 불안하다. 아직 내가 완벽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착착 진행되어도 될까?

하지만 그 마음을 조금 더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에서 성실하고 재밌게 일을 한다면 나는 망하지 않는다. 망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 게다가 투자한 금액도 없으니 사실은 망해도, 날려버린 시간이 있을 뿐, 그 어떤 다른 결과가 초래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을 내려놓자.

아침 줌 미팅을 끝나고 정리해 본다. 결론은 이것이다.



망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하던 데로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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